: [서평 26] 세계의 끝 여자친구(김연수)
아마 이 글이 2023년도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그 끝을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책으로 마무리 한다. 이 책은 우리 글쓰기 모임에서 한 선생님이 빌려 주신 책이다. 내가 처음 지금의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을 때 ‘책 여행’이라는 주제로 서로의 책을 돌려보며 그 책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책은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책 중의 하나인 ‘브로콜리 펀치’를 책 여행 시켰던 선생님의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이번 정기 오프라인 모임에서 돌려주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긴 좀 어려워진 거 같다. 이 책을 잘 읽었다고 말하고 돌려주려고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 같은 이치로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헤어짐이 아쉽긴 하지만 또 다른 만남이 있을 것을 알기에 우리는 떠나는 것을 슬퍼하지만은 않는다. 올 한 해가 모두 지났지만 새로운 한 해가 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떠나는 사람에 대한 추억을 담아 글쓰기모임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기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써볼까 한다.
올 4월쯤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그 시기에 나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22년 초부터 나는 회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업무 외적으로 사람과의 관계 및 심리적인 어려움이 매우 심했다. 그 시기를 걷기와 일기를 쓰면서 보냈고, 23년 초에는 상태가 많이 좋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나의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쓰기 모임도 참여하게 되었다. 다른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글쓰기는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었고, 불안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글쓰기 모임은 나에게 크게 3가지 유익을 주었다. 첫째는 글을 계속 쓸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군가 읽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랐다. 글을 처음 쓰는 입장에서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고 꾸준히 읽어주는 것은 매우 드문 일었다. 그러나 글쓰기 모임 멤버들은 항상 새로 쓴 글을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었으며, 댓글도 달아 주었다. 누군가 나의 글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글을 쓰는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두 번째로 삶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 회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속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할 일을 생각할 때 기대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글쓰기 모임이 있는 날 아침이면 퇴근 후 만남이 기대하게 되어 나의 삶에 즐거움이 되었다.
앞으로 언제까지 이 글쓰기 모임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내 상황이 갑자기 변할 수 도 있고, 다른 모임 멤버들이 일이 생겨서 그만하게 될 수도 있다. 끝이 분명히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글쓰기 모임을 즐겁게 지속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첫째, 글을 쓰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나누면 좋겠다. 모임의 취지에 맞게 서로 글을 쓰는 것을 장려하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꾸준히 가질 필요성이 있다. 둘째,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시간도 계속 가졌으면 좋겠다. 글쓰기 외에도 서로의 좋은 일과 슬픈 일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너무 강제적인 규칙들 보다는 서로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임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어떤 강제적인 규칙들로도 모임을 지속하게 하긴 어려울 것 같다. 글을 쓰기 위한 필수적인 규칙 이외에는 서로의 상황을 존중해 주고, 또 각자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