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 열한 계단(채사장)
카페에 와 있다. 주변엔 여러 사람들이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 연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문제집을 풀고 있다. 와이프는 내 옆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평화로운 토요일 오후의 풍경이다. 지난 일주일 간 정신없이 전화받고, 이메일을 보내고, 회의를 하고, 문서작업을 했던 것과는 다른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잔상이 남아 있는지 나의 맘은 완전히 편한 것은 아니다. 계속 일 생각이 난다. 그것을 끊어버리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글을 쓴다.
다시 글을 쓰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생각의 바탕에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나만을 위한 글을 쓸 거라면 일기장에 쓸 것이지 왜 굳이 오픈 플랫폼에 너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냐?라는 따지듯 되묻는 사람들에 나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없다. 정말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활동을 한다고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나는 입을 다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두려운 것은 누군가의 비판이 아니라 아무도 내 글을 읽어 주지 않았을 때의 무관심 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 활동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 외에 어떠한 이유도 없다. 나는 지금까지 남의 눈치와 세상이 정해준 위치에 있기 위해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제 나만을 위한 일을 조금은 해도 되지 않을까. 그것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고, 그것 조차 불만이라면 나는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조금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열한 계단이라는 책은 나에게 불편한 책이었다.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불편한 것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책은 비교적 잘 읽혔고, 니체 철학에 대한 기술 내용은 정말 대단하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니체의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좋았던 점은 책의 구성이 작가의 인생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고민 등에서 그의 삶을 통해 경험한 것이 책을 통해 투영되어 설명해 주는 형식이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대한 부분은 아직은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직 내가 죽음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거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인생은 여정이고 나는 결국 내가 좋아하는 활동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좋은 취미이고 내가 강제적으로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거의 유일한 활동이다. 나는 이 활동을 그냥 나의 페이스대로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나에게 보상해주지 않더라도 나는 이것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