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와 금주 치료제를 같이 복용해도 될까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오늘 주제는 평소보다 더 전문적인 내용입니다.

ADHD인에서 음주 문제와 같은 중독 문제가 동반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실제 성인 ADHD에서 물질사용 장애가 동반될 비율이 무려 5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ADHD 치료제를 사용하면서 음주 치료제인 항갈망제를 사용해야 할 경우도 생깁니다.

중독 치료제 대표 주자인 날트렉손은 식욕 저하 효과로 인해 다이어트 치료제인 콘트라브의 주 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하여 유명한 약입니다.

통상은 음주 문제가 심하면 ADHD 치료 자체가 의미가 거의 없기에 금주 치료를 먼저 하게 되지만 음주를 잘 조절해서 ADHD 치료제를 복용 중인 분이 음주 욕구를 호소할 때 같이 사용해야 할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그런데 중독에 대한 대표적인 치료제인 날트렉손의 원리는 의존을 일으키는 약물의 만족감을 차단하는 효과입니다. 주로 모르핀 계통 약물이 결합하는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차단하지만 '결과적으로 만족감과 관련된 과도한 도파민을 감소시킬 것이기에 중추신경자극제인 ADHD치료제의 효과를 방해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되어 같이 사용하기를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최근 축적되는 연구 결과는

  ADHD 치료 중인 환자에서 날트렉손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ADHD 치료 초기 용량 조절 중에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를 차단하여 남용의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치료제의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중추신경 자극제 치료 초반이나 증량 시에 기분 고양감이나 행복감을 보고하는 분들이 자주 있습니다.

저도 36미리 이상으로 증량할 때 한 일주일 간은 약 복용 후 2~3시간 정도 약간의 고양감? 하이 텐션을 겪은 바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들뜬 기분이나 각성감은 빠르게 적응이 되고 (내성), 고용량 사용 시 두근거림, 메슥거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서 기분 상승효과를 위해 이 약을 남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분 고양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간헐적으로 용법이상의 고용량을 복용하면서 남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관리 품목에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날트렉손이 이러한 기대하지 않은 효과는 차단하면서 기대하는 효과를 유지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물론 이 약제의 기분 저하, 식욕부진이나 오심, 입마름 등의 부작용이 있기에 , 단지 남용 방지만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필요에 따라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겠습니다.

혹~~~ 시라도 ADHD 치료제를 유지하면서 자주 음주를 하고 주치의 선생님에게 이를 숨기는 분이 계시다면 솔직하게 상의해서 필요한 치료를 잘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