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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May 27. 2024

어긋난 시간 개념을 도대체 어떻게 할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친구> "아. 참. 어떻게 이렇게 한 번도 예외가 없이 약속 시간에 늦냐? 너는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
상사나 동료> '조금만 신경 쓰면 모두가 편해지는 건데 왜 그걸 못할까? 정말 개념이 없는 사람이네'
가족> "그 일만큼은 네가 알아서 챙겼어야지. 너한테 중요한 일이잖아!"


흔히 ADHD 인들이 해야 할 일을 시간 내로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주변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스스로 자책하는 일이 많습니다.


왜 그렇게 시간 관리가 안 되는 것일까요?


첫째로 뇌에서 인식하는 시간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이 정도면 몇 분 정도 지났을 것이라는 시간 경과에 대한 감이 만들어지지만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 기능이 손상이 되어 있습니. 그래서 실제보다 시간이 더 남아 있다고 인식하고 여유를 부리거나 어느새 지나가버린 시간에 당황할 때가 많습니다.


두 번째, 다음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 해야 할 미션 자체를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다른 생각이나 외적 자극에 의해 주의를 뺏겨서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고, 즉흥적으로 자극적인 활동에 몰두하게 되면서 원래 해야 할 일을 새하얗게 잊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지루하거나 일상적인 일을 시작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꾸물대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시간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 어릴 때 많은 지적을 받은 나머지 성인이 되어 강박적으로 시간을 지키려고 약속에 너무 앞서 움직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내원하시는 분들께 스케줄러 등을 열심히 권유하지만 스케줄러 자체를 잃어버리거나 열심히 써 놓고선 다시 보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럴 때 저는 또 이렇게 대답합니다.


"맞아요. 저도 잘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자~~ 알 하기 위해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하기 위한 몇 가지 팁을 소개드립니다.


1. 시계를 이용합니다.

방 곳곳마다 시계를 걸어놓습니다.

작업을 할 때는 구글 타이머와 같이 시각적으로 시간 경과를 잘 보여주는 탁상시계를 이용합니다.

시간 확인은 핸드폰 대신 손목시계를 사용합니다.


2. 스케줄러를 꼭 사용합니다.

하루 일과의 시작에 그날의 할 일을 정리할 시간을 5분 정도 갖습니다.

그리고 스케줄러를 중간 점검할 시간을 잠깐이라도 꼭 갖습니다.

스케줄러를 사용하는 것은 써 놓는 것만이 아닌 수시로 체크와 재작성 등의 관리를 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하루 중 취약한 시간대를 인지하여 대비책을 세웁니다.   (행동 수정이나 환경 조절 및 약제 배치 조절)

아이들 혹은 가족의 약속일 경우 냉장고 등 주방의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둡니다.

수기 스케줄러는 시각적으로 잘 보이고 직접 손 글로 정리해서 잘 기억하는 효과가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지니고 다니기가 거의 불가한 분이라면 디지털 플래너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시로 보며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핸드폰을 사용할 경우 다른 데로 새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3. 환경을 조정합니다.

생활공간을 잘 정리하여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는 환경으로 조성합니다.

게임, 영상 시청 등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활동은 중요한 일이나 약속을 앞두고 멀리합니다.

움직일 준비가 쉽게 되도록 주변 장소를 활용한 몇 가지 수단을 마련합니다. (몸을 깨우기 위한 샤워나 음악 듣기 환경 조성, 집 근처 카페나 도서관, 마트 등을 발판으로 삼아서 활동)


4. 자신이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원인 유형을 파악하여 취약성을 보완합니다.

직전까지 미루다가 움직이는 유형

딴생각이 너무 많아서 시간 흐름을 놓치는 유형

너무 많은 일들을 하려고 해서 시간을 못 맞추는 유형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는 유형


많은 분들의 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합니다.
"이게 되면 여기 안 왔다구요!!!"


네. 위의 조직화 전략 실행 자체가 어려운 분이라면 그래서! 잘 조절된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ADHD 약제는 치료에서 핵심적이지만 약제만으로 치료가 되진 않습니다.

저는 약제가 이런 자기 조절을 위한 전략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를 시켜주는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자세입니다. 이제라도 나 자신을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 말이죠.

여러 외국 ADHD 도서에서 자주 나오는 문구인데 인용해 봅니다.

Understanding ADHD is for an EXPLANATION,  not for an EXC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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