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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May 22. 2024

저만 치료제 내성이 빨리 생긴 것 같아서 속상해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이야기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제제)를 처방하며 환자분들의 보고를 듣기도 하고 제가 직접 복용하면서 가장 느낀 점은 이 약은 정말 까다로운 약이라는 것입니다.

치료 초기에 느꼈던 효과가 들쑥날쑥하게 나타나거나 점차 효과가 떨어짐을 호소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알려진 만큼 "저는 내성이 빨리 생겼나 봐요. 이제 효과가 잘 안 느껴져서 속상해요" 이런 말씀을 자주 듣게 됩니다. 물론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효과 저하를 호소하는 분들 중 실제 내성이 생긴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약의 효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 대해 말씀드리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이 약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한 까다로운 필수 조건이 있습니다.


1.  가장 중요한 조건인데요.  적당한 수면을 유지해서 피곤하지 않아야 합니다!

약을 복용하겠다고 결심했다면 잠도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자야겠다는 결심도 세트로 있다고 생각하셔요!


2. 감정적인 동요가 심할 땐 효과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큰 걱정거리가 있거나 급한 일로 인해 마음이 쫓길 때 혹은 너무 우울할 때 같은 상황에서 말이죠.

상황이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만약 우울이나 불안이 길어질 경우 담당 주치의에게 정서적인 어려움을 잘 말씀하셔서 우선적인 어려움부터 해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밖에도 약 효과가 있는 것 같다가도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 생활 패턴이 바뀌게 되었을 경우입니다.  

가령, 직장 생활을 잘해왔는데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퇴사 후 오전에 알바를 하고 오후 4시에 자격증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니는 중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전이라면 오전에 약을 복용하고 직장에서 업무 수행이 만족스러워서 효과가 있다고 느꼈겠지만, 현재는 자격증 공부를 위해 학원에 가는 4시부터는 약 효과가 떨어지는 구간이라서 수업이 들리지 않고 오히려 전보다 졸림과 피로감을 더 심해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분이 오전 아르바이트는 자신이 잘 수행하는지 여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오후 일과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겠지요.


오전에 루틴하게 해오던 운동을 못 하게 될 상황에 처하는 등의 기능성이나 안정성에 보탬이 되던 습관이 바뀔 때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 수행해야 할 업무의 성격이 주의가 분산되기 쉬운 일이거나 여러가지 신경 쓸 일이 많은 시기에도 체감 효과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나름 만족스럽게 직장생활을 했던 분이 담당 업무가 타 부서를 지원하는 일로 바뀌면서 여기저기서 요청하는 사안을 처리하게 되자 갑자기 실수를 하거나 해야 할일 잊이버리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말씀하시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또 심각한 수준의 걱정은 아니더라도 이사나 이직,  가족의 이슈 등 은근히 깔려있는 고민이나 걱정을 하는 시기에도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 여성의 경우, 생리기간에  체감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빈번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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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 초반에 효과를 느끼면서 수행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는 경우입니다.

현재 만족스럽게 유지되는 기능이 지속되면서 기본 값이 되면 상대적으로 처음에 개선이 되고 있다는 기대 효과가 덜 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 치료 효과를 체감하는 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업무에 과하게 몰두하는 경우입니다.

이  상황이 길어지면서 체력이 소진되거나 피로감이 누적될 경우에는 효과가 실제 반감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가 있거나 일중독의 가능성이 있는 ADHD인들에서는 반드시 여부를 고려해봐야 하는 요인입니다.


@ 치료 효과가 만족스러워서 용량을 늘렸는데 오히려 효과가 감소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다음 주제로 좀 더 상세히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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