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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Aug 28. 2022

스즈끼 바이올린 교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ADHD이야기

우리 OO이가 작년부터 방과 후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시작하더니 이제 스즈키 교본으로 배운다고 합니다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7살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시노자키 교본에서 시작해서 8살 초1 때 스즈키 교본을 처음 시작했지요. 저는 음악에 재능은 없어서 정말 진도가 늦었습니다. 학원에 가지 않으려는 것을 부모님이 빗자루로 쫓아 보냈던 기억도 납니다.

 

주변에 음악인들이 있는데 제가 스즈키 몇 권에 무슨 곡이 있다는 것을 말하면 기억력이 대단하다고들 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 진도가 하도 늦게 나가서  1년에 한 권씩 진도가 나가보 기억이 날 수밖에요.

'보체리니 미뉴에트' '그옛날에' 스즈키 2권

'위모레스크' 스즈키 3권

'비발디 협주곡' 스즈키 4권

4권은 1년 넘게 해서 전곡을 순서대로 멜로디까지 떠올릴 수 있습니다. ==;

'베라치니 giga' '바흐 두대 바이올린 1st' 스즈키 5권

6,7권은 성인이 되어 일부 곡만 했구요.


그런데 전공하는 분에게 물어보면 전집을 거의

1~2년 만에 떼시더라구요. ㅎㅎㅎ


외할아버지께선 기계를 직접 설계 제조하는 장인이셨는데 예술에 조예가 깊으셨는지 바이올린을 독학으로 '지고이네르바이젠'까지 연주하셨다고 합니다.

이번에 고향집에서 가져온 어머니의 교본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성인이 된 어머니께 바이올린을 권하셨는데 당시에는 국내 출판 버전이 없었는지 수입해서 들어온 책인데 어머니의 필체로 72년 7월 1일이라고 되어 있네요. 어머니 23 시절입니다.

  

아래는 제가 썼던 악보입니다. 신기하게도 연습곡들이 그대로였습니다.

수 십 년 초록이 표지에서 최근 개정판이 나오면서 표지가 바뀌었습니다.


제 브런치 주제가 ADHD라서 스즈키 교본 이슈도 ADHD에 엮기 위해 어린 시절 일화를 소개하자면요.


제가 초 4일 때 당시 초 2였던 동생은 플루트를 배웠습니다. 같은 음악 학원이었는데요.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제 바이올린 활과 동생의 플루트로 칼싸움을 했습니다.


가벼운 활로 여기저기를 찌르는 것에 약이 올랐는지 동생이 플루트를 냅다 휘둘렀는데 제가 피하는 바에 선생님의 피아노를 내리친 것이었죠.

플루트는 찌그러지고 피아노도 흠집이 나고. ㅜㅜ

이건 하루짜리가 아닌  며칠 혼나는 대형 사고였습니다.


동생은 이후로도 배우다가 플루트의 마의 계곡인 '아를의 여인'에서 삑사리를 몇 개월 내다가 중단했습니다.

저도 초 6 때 스즈키 5권에서 하차했습니다. 성인이 되어 대학 때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직장 다니며 레슨 받는 식으로 잠깐씩 하다 말다 했습니다.


그렇게 마저 못해 다니기 시작했던 악기이고 질질 끌면서 거북이 속도로 진도가 나갔지만요.


바이올린은 제가 음악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노년까지 친구가 되어줄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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