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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립 Sep 24. 2023

멍 때리는 게 뭐가 안 좋은 건가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경험하고 쓴 성인 ADHD 이야기

이전 ADHD의 새롭게 밝혀지는 특징 (상) 편에서 멍 때리는 생각들과 같은 마음 방랑이 주의를 흩뜨리는 기전으로 작용하면서 ADHD에서 더욱 강력하게 나타나는 경향으로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기전으로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에 대해서도 소개드렸습니다.


뇌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효율적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위해  모듈화 된 네트워크로 작동하는데요.

이런 네트워크 중에서 거의 모든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네트워크가 (메이저) 3개가 밝혀져서 트리플 네트워크 모델이라고 부르고 이를 통해 뇌의 기능을 상당 부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중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있을 때(실은 뇌에서는 다른 형태의 많은 작업이 진행되지만) 활성되는 회로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작업 활성화 네트워크(Task Positive Network)는 우리가 숙제나 업무와 같은 목표 지향적인 작업을 수행할 때 활성화 되는 뇌 내부에 연결된 집합 회로를 말합니다.


자, 그렇다면 멍 때리는 것은 정말 안 좋은 것인가요?


ADHD로 제게 내원하는 분 중에서 창작하는 분들도 여럿 계십니다.

그런데 모두들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직후에 일을 시작하고 머릿속에 구상해 두었던 소재들을 떠올려 분량을 뽑아내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데 반해 새로운 소재나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해지는데 도움이 되는 명상을 할 때도 멍 때리는 상태와 비슷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됩니다.


제 자신도 "오. 이런 아이디어 괜찮네. 이 걸 주제로 글을 써볼까? 이런 일을 새로 시작해 볼까?", "아. 그게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구나." 이런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이전에 겪었던 경험들이 더 상위의 깨달음으로 연결되는 것은 멍 때리며 산책을 하거나 운전을 하고 있을 때 혹은 명상을 할 때입니다.


여러분들도 책상에 앉아서 작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보다 생활 중에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서 괜찮은 영감을 받았던 경험이 많이 있으실 것입니다.


즉,  창의적인 인지 작업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동될 때 더 유리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ADHD의 병리를 이런 멍 때리는 생각이나 마음 방랑이 많은 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런 기제를 부정적인 현상으로 본다는 것인데 이런 모순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을 얼마 전에 모 글로벌 제약사 주최로 정신과 원장님들 대상으로 진행된 콘퍼런스에서 제가 반추 사고 경향이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제로 강의를 준비하면서 더 명확하게 찾게 되었습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작동하면서 발생되는 자유롭게 떠다니는 생각들은
한 가지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범주에 걸쳐 있는 스펙트럼이라는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 보시면 자유롭게 떠다니는 생각들이 특정 주제나 감정, 기억 등에 구속되지 않을 경우 창의적인 생각, 마음방랑, 꿈과 같은 아래쪽에 위치한 현상이 됩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이 의식하지 않은 상황에서 반복되면서 같은 패턴을 가질 경우 반추나 강박 사고가 됩니다. 즉, 자발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반복성을 갖고 패턴화 될 경우 부정적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강의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이 주로 부정적인 감정에 반응하다 보니 반복된 패턴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며 이 현상을 반추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한편, 그림 우측과 같이 우리가 의식화를 통해 어느 정도 목적의식 갖고 통제를 할 경우 목표 지향적인 생각이 됩니다.


자, 이제 결론입니다.

자발적으로 발생한 떠다니는 생각들은 창의적 사고와 상위의 메타 인지나 깨달음을 얻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 생각들이 다른 긴급한 일이 필요한 순간에 멈추지 않거나(ADHD)  생각들이 부정적 감정과 결부가 되어 특정 패턴 사고로 굳어질 경우(반추사고와 우울사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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