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계가 멈추면 즐거워진다.

시간을 지배하는 방법

by 공감힐러 임세화

며칠 전 친정엄마께서 시계 두 개를 가져오셨다. 식탁에 그냥 툭 올려두고 별말씀도 없이 귀가하셨다. 시계 하나는 줄이 해졌고, 하나는 멈춘 상태였다. 시계들을 보며 생각했다.


'실력발휘를 할 때인가.'


나는 시계를 좋아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랐던 때에 우연한 기회에 시계라는 물건에 매료되었다. 그때부터 시계를 하나둘씩 모았다. 비싼 시계가 아닌 그저 내 눈에 예쁜 시계로만 선택했다. 그렇게 기분 따라, 날씨 따라, 때로는 스타일에 따라서 하나씩 돌아가며 시계를 찼다.


시계를 여러 개 차다 보니 시계 건전지를 교환하는 등의 관리비용이 부담스러워졌다.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검색해 보니 '시계 수리 공구 세트'가 있었다. 가격도 저렵해서 시계 약을 한번 교환하는 비용과 비슷했다. 바로 주문했다.

주문하고 보니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배송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나를 발견했다. 드디어 '시계 수리 공구 세트'가 내 손에 들어왔다.


시계들을 줄지어 세워두고, 두근두근하며 포장을 열었다. 아차,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놓친 것이 있었다. 시계에 맞는 시계 건전지를 같이 주문했어야 했다. 시계 건전지를 준비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금 시계를 줄지었다.


시계 뚜껑을 열고, 다 쓴 건전지를 조심히 꺼냈다. 새 건전지를 갈아 끼우자 비로소 멈춰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였다. 갓 깨어난 바늘들을 움직여 시간을 맞추었다. 왠지 시간을 지배하는 듯한 느낌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시계를 만지는 시간은 꽤 즐겁고 행복했다.


지금은 육아에 시계를 잠시 잊고 있었는데, 친정 엄마의 의뢰로 다시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