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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단식, 마음 다이어트. 붓글씨의 추억

한글날 특집 훈민정음해례본 따라 쓰기

by 리코더곰쌤

어린 시절 나는 붓글씨를 배웠다. 벼루에 먹을 갈면 향긋한 먹내가 난다. 이 과정이 참 고되고 어려운 시간이다. 먹물을 사면 편할 텐데 굳이 벼루를 간다. 팔도 어깨도 아프지만 필수불가결! 태극권을 할 때에도 예비세를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듯이 붓글씨를 쓸 때에도 먹을 가는 일이 팔 할의 중요성을 갖는 것 같다.

붓에 먹물을 묻혀 조심스럽게 가다듬는다. 먹물이 종이에 번지지 않을 만큼의 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붓 끝을 뾰족한 모양으로 만든다.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도 조심스럽게 글씨를 쓰는데 온 신경을 쏟는다.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타이밍을 계산한다.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는 그 순간, 가만히 보면 이 순간은 태극권에서 말하는 참장의 순간과도 같다.

생각의 비움. 붓글씨를 쓸 때에는 잡념이 없어진다. 마음 단식, 걱정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 화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쏟아 글자를 써 내려가는 그 몰입의 기억! 가치 있는 일에 열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참 행복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비록 붓펜으로 쓴 훈민정음해례본이지만 반듯하게 써 내려간 글씨체를 보면 이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집중했는가를 알 수 있다.

글자를 쓰는 내내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초극도로 집중한 아이들의 멋진 작품, 한글날 특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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