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파스를 부여 잡은 어린이의 책임감
가을 풍경이 완성되었다
어제 2학년 복도에서 만난 이 작품.
점심 급식을 먹은 후 걸어 나오다 가을풍경 가득한 이 그림 앞에 자석에 끌리듯 멈추어 섰다.
까칠까칠 검정색 사포가 부드러운 크레용과 만나 선명한 색감을 뽐내는 아름다운 황금물결이 완성되었다.
단 한 획도 예외가 없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크레파스를 가지고 꼼꼼히 색칠한 그 정성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9살 어린이의 성실함과 자기 작품에 대한 책임감에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진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색이 어울릴까 선택하는 고민의 순간이 분명 있었을터, 이마에는 땀이 송글, 손바닥은 분명 검어졌겠지.
힘들지만 모든 과정을 다 마치고 지었을 뿌듯한 웃음을 상상하니 나도 함께 미소 짓게 된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아이들은 또 이렇게 한뼘 더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