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움 즐거움 Nov 14. 2023

심슨아저씨 너무 힙한걸

내 인생의 물음표는 사치다

'내 인생에 물음표는 사치다.' 5학년 어린이가 그린 심슨 그림. 그림 위에 본인의 좌우명인 듯 보이는 슬로건이 무척 인상적이다.

힙한 느낌의 문구도 그렇다. 물음표 대신 느낌표라는 말인가? 어린이의 그림을 보며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들긴 처음이다.


트레이드마크인 뾰족 머리, 네모 길쭉한 얼굴을 그려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티셔츠에 적은 선명한 두 글자, 심. 슨. 아이고 귀여워라! 친구들이 모를까 봐 덧붙인 친절한 설명이다. 주인공 뒤편의 강렬한 색깔의 빨간 자동차는 슈퍼카를 표현한 것 같다.

작품 상단 글씨 아래 보이는 하얀 포스터물감, 이거 참 웃음포인트인걸? 글씨를 틀리게 써서 캄프라치 하려고 한 건지, 물감이 튀어서 고친 건지 잘 모르겠다.  관전 재미가 한두 개가 아니다.

평소 이 아이의 학교 생활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튼 융통성이 뛰어난 이 아이, 잘 생긴 밤톨을 야무지게 깎아 놓은 듯 귀엽고 똘똘한 친구다.


이번 달 초 방한한 팝스타 찰리푸스의 잠실 공연에 스탠드석 표를 구했다고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가족 모두 구경 간다고  몇 주 전부터 계속 설레했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 아침, 이 아이에게 공연 관람 후기를 물어보았다. 생애 최초로 만난 가수의 첫 번째 공연이니 얼마나 기대가 컸을까. 우리 친구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쌤! 아, 진짜 비싼 표 끊고 갔는데, 찰리 푸스가 콩알만큼 작게 보였어요! 다리도 엄청 아팠어요"


아이고, 우리 인생이 그런 법이란다. 언제나 설렘이 주는 기쁨이 더 큰 법이지. 잠실 주경기장이 얼마나 큰데 ㅋㅋ 하지만 너는 그 가수를 사랑하는 모두가 함께 떼창을 부르며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는 그 현장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잖니!

행복한 순간은 우리 삶 속 어디에도 있단다. 네가 기대만큼 만족을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말이지.
 역시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인생의 물음표는 사치라는 너의 좌우명, 너무 멋지다. 네가 쓴 저 문구, 쌤도 늘 기억할께. 의심과 두려움, 걱정과 고민은 이미 차고 넘쳤으니 말이야. 우리 모두 저스트 두잇 나우!

매거진의 이전글 크레파스를 부여 잡은 어린이의 책임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