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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Nov 25. 2023

그저 좋아서

정범모 교수님, 소망이 담긴 수상록

나의 대학원 전공은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은 교육학의 세분화된 영역으로 흔히 커리큘럼을 뜻한다. 말이 달리는 길 또는 그 과정을 모두 하는 쿠레레(Curere)가 커리큘럼의 어원이다. 단어가 주는 낭만성에 이끌려 이 공부를 시작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늘 새로운 전공 서적이 나왔나 두리번거리는데 두꺼운 하드커버 대학 전공 서적 사이에 얇은 에세이집 하나가 눈에 띈다. 저자명을 보니 익숙한 이름 세 글자, 바로 정범모 교수님의 지으신 에세이집이다.

교육과정 전공자라면 누구라도 들어 본 바로 그 이름 정병모 교수님. 이 책은 교수님께서 은퇴하신 후 집필하신 에세이집이다. 소망이 담긴 수상이라는 부제목도 마음에 든다. 제목도 너무 따뜻하다. '그저 좋아서'라니!

1925년생이신 교수님께서는 2022년 1월 28일 세상을 떠나셨다. 향년 98세. 이 책은 교수님께서 구순을 맞이하셔서 펴내신 수상록이다.

요즘 내 마음이 온통 태극권에 가 있어서 그런지 이 부분만 보인다. 교수님께서는 스키와 테니스를 무척 즐겨하셨다고 한다.

P.38
급경사의 슬로프에서 정신을 바짝 차려 활강하는 그 기분, 테니스코트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공을 쫓아가는 시간은 온갖 일상의 시름, 걱정, 불만에서 해방되는 순간인 거다.(중략) 어떤 이는 서양인의 스포츠가 동양인의 선, 좌선과 같다고 했다. 이렇게 무아지경에 든다는 점에서 같다는 것이다.

힘들게 점잔을 빼야 할 생활에서 벗어나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임을. 아, 우리가 스포츠 게임 말고 언제 또 이렇게 무장해제 된 웃음을 서로에게 지어 볼 수 있을까.

문무, 내 인생은 오로지 '문'만 있었다. 올해 초 태극권을 접하며 예상 답안에 없었던 '무'가 첨가되었다. 아, 가슴 뛰는 그 이름, 무예!

그저 좋아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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