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밍업 추수만 하고 온 날

by 리코더곰쌤

퇴근 후 여느 때처럼 근무지 근처에 있는 태극권 도장에 왔다. 겨울이 되니 겨울잠 자는 곰처럼 도무지 움직이기가 싫다. 도장에 와서도 추우니 히트텍 내복에 체육복 상의, 오리털 조끼를 그대로 입고 있다. 이리저리 열심히 추수를 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추수는 영어로 푸시 핸즈, 즉 두 손으로 민다는 뜻이다. 서서 손뼉 치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비슷하다. 두 발 붙이고 상대의 몸통을 밀어내는 것이 정보 추수, 두 발을 움직이며 밀어내는 것은 활보 추수이다. 이처럼 추수는 태극권의 대표적인 공격 기술이다.

흔히들 태극권을 생각하면 천안문 광장 같은 공원에서 시니어 분들이 느릿느릿 동작을 하는 광경을 떠올리기 쉬운데 태극권 추수는 이와 반대로 다이내믹하다. 젊은이들이 겨루기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나도 태극권에 입문해서야 추수가 태극권의 삼요소 중 하나라는 걸 알았다. 태극권은 크게 세 가지 기술 즉, 추수, 투로, 참장으로 나누어진다. 투로는 태권도로 따지면 태극 1장 같은 품세를 뜻한다. 참장은 서서 하는 명상이다. 기마자세와 비슷하다.

도장에 오면 늘 이 세 가지를 병행하는데 기본공이라고 불리는 준비운동과 참장을 서고 투로를 한다. 추수는 가끔씩만 한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추우니 몸에 열을 내는 추수부터 하기로 한다. 날씨가 추울 때에는 워밍업 운동으로 추수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우리 도장에 새로 온 젊은 청년은 한 달 사이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지난번 추수 때에는 내가 열 번 밀면 내가 아홉 번 이겼는데 이번엔 상황이 딱 반대다. 열 번 밀면 여덟 번은 내가 그대로 고꾸라진다. 이럴 수가. 그새 당기는 기술까지 야무지게 배워서 나를 바닥으로 내던진다. 오늘은 추수하면서 소리 내어 처음으로 웃은 것 같다.

십 오분 정도나 했을까, 벌써 등에서 땀이 나고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한다. 도무지 내복을 입고 있을 수가 없어 옷을 갈아입는다. 다음으로는 참장을 서는데 자꾸 하품이 나온다. 어젯밤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이완이 되어서 그런지 알 수 없다. 추수를 해서 몸이 더워져서 그럴 수도 있다. 오늘은 기본공과 투로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도장에서 나왔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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