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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an 14. 2024

지금 내 목소리 신나 있지 않아?

설렘과 흥분은 그를 움직이게 한다.

새롭게 보기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이 생겼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목소리로 이미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은 신효범, 이은미, 박미경, 인순이 4인의 보컬리스트가 함께 만든 그룹 골든걸스, 요즘 난 이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 특히 기라성 같은 대가들을 한 팀으로 만들 신박한 생각을 한 프로듀서 박진영 님에게 남다른 관심이 간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박진영 씨의 개인적인 바람과 상상에서 시작되었다. 방송국에서 그에게 이 프로그램을 하자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가 먼저 kbs에 찾아가 이런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JYP 기획사의 이사회를 거치자면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해지기에 회사가 아닌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지극히 사적인 프로젝트가 되었다.

하루는 박진영 씨가 박미경 씨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중 '저런 소울을 지닌 80-90 가수들이 폭발적인 성량을 한 번에 쏟아 내면 어떤 느낌일까?'상상을 하다가 이를 실행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에 직접 기획안을 써서 방송국 찾아갔다고 한다. 프로그램 투자자 역시 방송 2회까지 없다가 극적으로 한 곳이 생겼다는 후문. 이 회사가 아니었다면 이 방송이 엎어질 뻔했다니 가슴이 덜컹하다.

앉았다 일어나면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는 평균 나이 59세의 할매 아이돌, 그마저도 아직 캐스팅도 되지 않은 머릿속의 상상일 뿐이란 박진영 씨의 말에 제작진도 얼음이 된다. 이미 최정상의 자리에서 모두에게 칭송받는 디바들,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룬 가창력의 고수들이 뭐 하러 그 연배에 이러한 무모한 도전을 한 단 말인가? 자신을 희생하고 팀을 드러내는 그룹 작업에 관심이나 있을 의문이다.

"그분들이 하신대요?"라는 질문에 박진영 씨는 "아직 안 물어봤어요. 그런데 그 누나들이 모두 다 나를 예뻐해요." 캐스팅은 자신 있다는 박진영 님의 호기로운 답변. '아니 인순이 같은 분들이 뭐가 아쉬워서 이걸 해?' 하는 제작진의 뜨악한 표정과 들뜬 목소리의 그의 표정이 대조를 이룬다.

마음속의 순수한 열정 온몸으로 드러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바로 즐거운 상상, 꿈, 좋아하는 사람, 믿음이다. 박진영의 표정은 진정 본인이 원하는 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의 얼굴이다.

마음속 저 편에 음악에 대한 사랑 가득하지만,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을 느끼는 누나들. 52세 막내 박진영은 자기가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를 기 세고 무서운 누나들 앞에 조곤조곤 설명한다. 누나 커리어에 다시 없을 한 줄을 만들어 주겠다고, 지금 아픈 몸도 내가 다 고쳐주겠다는 그의 설득에 모두 팀에 합류한다.

한 회사의 수장인 K pop 대부가 본인디렉팅에 나들 자존심 상할까봐 노파심이 들어 무릎까지 꿇고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마치 예전에 이산가족 상봉 방송에서 아나운서 이금희 씨가 자기도 모르게 인터뷰하며 무릎을 꿇은 장면도 오버랩된다. 평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그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다소 신선했던 장면이다. 난 바로 이 장면에서 박진영의 저력을 느꼈다.

가슴속 불꽃이 아직 식지 않은 뮤지션들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그의 직관력, 상대를 향한 따뜻한 관찰력, 겸손하 진심을 다하는 행동, 이 모든 것이 더해져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박진영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원래 대단한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특히 선배 뮤지션을 대하는 그의 자세는 진짜 배워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나들을 샅샅이 훑어보아 칭찬할 점을 찾아내어 반드시 5분 동안 칭찬을 한 뒤 녹화 들어간다'는 그의 루틴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신효범 씨 표현대로 '난 놈은 난 놈이다.' 아직 초반 2화까지만 보았는데 배울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마도 계속 정주행 할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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