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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an 12. 2024

나와 연결되는 연습(feat.김주민 작가 그림들)

 잘 자고 일어난 새벽에 느끼는 청량한 느낌

모르겐프리스크! 저도 이 말을 오늘 아침 처음 들었습니다. 모르겐프리스크(morgenfrisk)의 뜻은 ‘잘 자고 일어난 새벽에 느끼는 청량한 느낌'이라는 덴마크어라고 하네요. 최근 알게 된 한 선생님이 알려 주신 단어입니다. 꿀잠, 청량, 새벽 모두 마음에 쏙 들은 키워드라 이 단어를 잊지않고 기억하고 싶어집니다.

Bright day(2022) 김주민

요즘 저는 <자기 자신과 연결되는 의사소통 훈련>이라는 연수를 듣고 있습니다. 주 1회 3시간씩, 5주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교육이에요. '나와의 연결'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이 연수가 내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새해에는 나랑 더욱 친해지기로 마음먹었거든요.

Early summer. (2022) 김주민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사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전방 주시의 삶만 가열차게 살아왔었는데 그게 오히려 나와의 단절을 불러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무가 가득 찬 should의 인생을 살아온지라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일이 소중하다는 걸 몰랐거든요. 내가 어떤 느낌과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의 만남이 정말 절실했어요.

 Sound of Waves(2023)김주민

지난주는 우리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연수 첫머리에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이름을 대신하여 불릴 별칭을 정했습니다. 저는 '울림'을 제 닉네임으로 택했습니다. 종이 울리다, 메아리가 울리다라는 뜻입니다. 최근 목소리의 공명감에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이렇게 나를 익명으로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도 맘에 듭니다.

Checker field(2023) 김주민

자기소개의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왜 이 연수를 신청했는지 간단한 이유를 말하고 지금 나의 몸과 마음의 긴장도와 컨디션을 체크해 보는 시간. 한 명 한 명 내 앞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긴장도 되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어색하고 부담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내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요. 줌으로 만나니 서로의 표정이 더 클로즈업 되어서 보입니다.

Setting Sun(2023) 김주민

우리를 울리려는 목적으로 내 별명을 '울림'으로 지은 것이냐는 한 연수생의 따뜻한 말씀에 무거웠던 마음이 푹 놓입니다. '휴, 다행이다.' 어깨를 짓눌렀던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지는 느낌입니다. 서로를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포근한 안전 지대가 생긴 느낌에 안도감이 듭니다.

Fragrant Day(2022) 김주민

함께 걷는 이들이 성실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줄 것을 예감합니다. 이 연수 신청하기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안테나의 방향을 바꾸어 나 자신과 대화하는 훈련을 하나 둘 시작합니다.

Blue Paddy(2021) 김주민

따뜻한 침대 속 이불에서 기지개를 켭니다. 팔과 다리가 서로 멀어지며 키가 껑충 자라납니다. 개운하게 잘 잤다 마음 속으로 외칩니다. 나는 살아있다. 살아 있어서 고마워. 내 몸과 마음아, 오늘도 설레는 소풍을 시작해보자구.

Snowing Day (2023) 김주민

'오늘도 좋은 아침'이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줍니다.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향기 좋은 스킨을 바르며 거울 속 나를 향해 싱끗 웃어줍니다. 나에게 아침 인사를 해봅니다.  

호옥시......김주민 작가의 편안한 그림체가 마음에 드셨다면 시청 옆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부담없이 편하게 한 번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실제로 그림을 보며 느끼는 감동은 사진과는 또 다른듯 합니다. 실제로 보면 저런 두께감이 느껴지는데요. 이게 참 설명이 쉽지 않군요.1월 28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18명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답니다. 다른 작가님들 작품도 참 좋아요. 서로 다른 개성의 작품들에서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답니다. 분명 맘에 드실 겁니다. 아참,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1월 18일 5시에는 작가와의 만남도 준비되어 있다니 참고하세요. 인스타그램 프로필 또는 전화로 사전 신청 가능합니다. 전시관람도 작가와의 만남도 모두 무료입니다

김주민 작가는 비행기와 높은 곳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다채로운 색감의 풍경화를 그려왔다. 나이프를 사용해 만들어진 두꺼운 마티에르는 유화의 물성을 살리며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인간의 얼굴이 인생을 반영하듯 자연과 도시 또한 독특한 얼굴로 우리의 삶을 표현하며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는데, 이 풍경들은 우리가 살아가며 관계를 맺는 모습과도 같다. ​

각각의 색채가 만나 스며들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마치 협주곡같은 느낌이며, 이러한 작품 속 반복적 형상은 인간과 삶, 자연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 화폭에 스며들고 있다.​​
(김경아 기자가 쓴 김주민 개인전 기사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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