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움 즐거움 Jan 12. 2024

일상을 예술가처럼

내 안의 아름다움을 만들고 발견하는 재능

유튜버 자청님의 북까페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아니 이게 뭐야! 건너편 까페 야외 테라스에 손님들이 만든 듯한 토끼 모양 눈사람이 보인다.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혹시 만든 이가 미술전공자인가? 나뭇가지와 돌멩이로 꾸민 눈사람도 보인다. 북까페에서 책을 몇 권 보고 나오니 어둑어둑 해가 진다. 문득 눈사람이 잘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뿔싸, 그새 가족이 더 늘었다. 오리 가족 어쩔 거야. 무려 일곱 마리다. 누군가 모르지만 타고난 예술성을 일상에서 발휘하는 사람인듯하다. 분명 이 분은 요리를 해도 잘 할 거라 예상된다. 타고난 금손은 그 재능을 숨길 수가 없다.

겨울의 낭만이 눈이라면 가을에는 낙엽이 아닌가? 지리산 데크길에 누군가가 낙엽을 모아 이렇게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원본은 이 분인 듯.

눈앞에 보이는 재료를 쓱쓱 모아 싹싹 배치하여 상상의 세계를 실제로 구현해 내는 감성 재주꾼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경험한다. 일차적으로는 만드는 본인이 제일 즐거울 테고 말이지. '낙엽'하면 떠오르는 분이 또 한 분 있다.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사진이다. 제목은 '한예종 경비 아저씨의 위엄'. 정성스럽게 빗자루로 은행잎을 긁어모아 쓴 저 궁서체 글씨를 보라. 봄에는 벚꽃으로 학생들에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라며, '한예종 사랑해요' 학교 홍보에도 이바지하는 진 분!

범상치 않은 이 분이 궁금하여 검색을 좀 해봤다. 성함은 이대진 님, 2009년부터 한예종에서 근무하셨다고 한다. 2010년도에 61세이셨으니 지금은 그만두셨을듯하다. 원래 이 분은 국화 분재를 다듬는 일을 하셨단다. 손재주가 워낙 뛰어나셨던 것. 2009년 학교의 낙엽을 쓸다가 이런 멋진 작품을 만드셨다. 두 시간 반에 걸쳐 만드신 이 작품의 제목은 '모두 사랑해요.'이다. 긴 시간 동안 허리를 구부려 애쓰지만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신다는 그 말씀에 존경심이 든다. 즐거움이 이 분을 움직이게 한 것이다.

미술관에서 이해 안 가는 현대 예술작품을 볼 때보다 이런 일상 속에서 만나는 이런 사진 한 장이 주는 기쁨이 더 크다. 눈, 떨어진 벚꽃과 낙엽들. 가만히 두면 쓰레기로 버려질 그 무언가가 누군가의 노력으로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되는 과정을 본다. 내 안의 그 어떤 자그만 재능도 스스로 그걸 발견하고 잘 다듬어 줄 줄 때 더 큰 즐거움과 감동의 재료로 사용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우리가 일일 한글선생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