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님의 손 편지

전학 가는 재이에게

by 리코더곰쌤

대체휴일 덕분에 월요일 같은 화요일 아침 등교시간, 한 아이가 삐쭉 파란 편지 봉투를 내민다. 우리 반에서 제일 예쁜 재이라는 아이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다. 마음씨가 너무 착해서 친구 도와주는 일에는 일등이다. 공부까지 잘하는 홍익인간이라는! 모든 걸 다 잘하는 팔방미인에 선생님의 감정, 친구 마음까지 읽어주는 사회성 최고의 어린이다. 마음이 솜사탕같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

"우리 엄마가 선생님께 편지 쓰셨어요. 읽어 보시래요." 갑작스러운 편지 봉투에 당황스러운 기분이 든다. 요즘은 업무폰으로 학부모님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고, 또 클래스팅 비밀 상담방을 이용하시는 학부모님도 많아서 저런 아날로그적인 편지 봉투의 모습조차 낯설다.


무슨 일로 편지를 주신 걸까..... 저 안에 과연 무슨 내용이 들어있으려나? 혹시 학교 폭력 관련인 건가? 누가 괴롭힌다는 내용인 건가? 혹시 여학생들 또래문제 단짝 친구 문제인 건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이 많아서 "선생님 이거 집에 가서 읽어볼게!"라고 했더니 "엄마가 무척 중요한 내용이라고 하셨어요" 라며 강한 어조로 빨리 읽어 볼 것을 강요하는 8살 꼬마 아가씨! 하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편지를 뜯었다. 두툼했다. "입학한 지 한 학기 조금 넘는 초보 학부모로서 이렇게 선생님께 편지 쓰는 일은 참 낯선 경험이네요"로 시작하는 편지의 주요 내용은 이사로 인해 다음 달 중순 전학을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다양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 반 예쁜이 친구들을 잘 도와주고 자기 일도 똑소리 나게 해 내는 미래의 전교회장 우리 재이가 전학을 간다는 아쉬움, 친구들도 서운할 테지만 그 누구보다 나도 너무 섭섭하다. 문자로 전학 전에 소식을 전해주실 수도 있으셨지만 "지난주 토요일에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어요. 다른 분을 통해 들으시면 선생님 마음 안 좋으실까 봐 이렇게 먼저 알려드려요." 라며 전학 예정 무려 40일 전, 한 글자 한 글자 연애편지 쓰듯 3장씩이나 적으시며 그간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 주신 그 정성! 내가 다 고마웠다.


아이들에게 '글씨 쓰기' 과제를 내주고 복도로 나갔다. 학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기 위해서다. "여보세요? 어머님, 편지 잘 받았아요!" 말씀을 드리는데 눈물이 왈칵 나올 것 같았다. "벌써 읽어보셨군요. 이사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아이를 사랑해 주시고 예뻐해 주신 선생님과 우리 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고 서운해서 이사가 확정되는 순간 편지로 그동안의 감사를 표현해야 할 것 같았어요"


재이 어머님의 손 편지, 이 얼마 만에 받아 본 손 편지란 말인가? 교사로서 행복했던 몇 장면 중에 손에 꼽힐 만큼 멋진 순간이었다. 우리 재이! 전학을 가서도 좋은 선생님, 멋진 친구들 만날 거야. 행복한 우리 반을 함께 만들어 준 우리 반 똑순이, 정말 정말 사랑해!!! 재이 어머님! 재이가 이렇게 잘 큰 것은 모두 어머님 덕분이랍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은 우리 재이와 어머님을 두고 하는 말인 듯요. 배려와 친절의 아이콘 우리 재이! 앞으로 만날 많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을 거예요! 솜사탕 같이 달달한 어린이와 어머님. 제가 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