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있는 교실
나 음악 좋아하네! 피아노 연주 재미있네!
전근 온 지 올해로 2년 차,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특이한 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문화 충격에 가까웠던 일은 바로 아직도'동요 대회'가 아직도 열린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육청 대회도 사라졌는데! 친한 동갑내기 선생님이 '음악' 담당 계원이었는데 실제로 코로나 전에는 시청각실에서 피아노 반주로 학년별 참가자 모두를 반주했었다는 무시 무시한 전설을 전해 주었다. 작년과 올해는 영상 녹화로 참가 방식이 바뀌어서 다행히 교사가 반주를 할 일은 없지만...... 학년별로 열리는 동요 대회의 반주를 해야 해서 그런지 학년당 한 반꼴로 전자 피아노가 있다. 키보드가 아니라 올갠 모양을 한 전자 피아노, 페달은 없다. 봄방학 무렵,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새 주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전자 피아노들이 복도에 처량하게 나와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작년 우리 동학년 막내 선생님 교실에는 족히 10년 동안은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듯한 전자피아노가 있었다. "저거 올갠이에요?" 물었더니 안 열어봐서 모른단다. 궁금한 마음에 뚜껑을 열어보고서야 그것이 오르간이 아니라 전자 피아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지가 가득했다. 허연 우유 자국, 다리 하나의 나사는 풀어져서 금방이라도 넘어질듯한 모양새, 아..... 과연 소리는 나는 것일까? 전원 코드를 연결하니, 이야! 정상적으로 소리가 난다. 이만 하면 합격이다! 동학년 선생님과 함께 둘이 낑낑 힘을 합쳐 우리 반까지 밀고 왔다.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 수업을 많이 했던 작년 한 해 동안, 초등학교 3학년 이후 연습하지 않았던 피아노를 뚱땅거리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체르니 조금 치다가 만 실력이라 중, 고등학교 때에도 음악 실기 시험에서는 피아노 대신 리코더를 불던 처량한 신세였다. 피아노를 열심히 치던 아이들은 쇼팽의 즉흥환상곡이나 베토벤의 월광 같은 곡을 쳤는데, 그와 같은 아이들 앞에서 소나티네를 칠 수는 없었다. 명곡집은커녕 소곡집도 못 치는....... 고학년 여학생들 앞에서는 차마 창피해서 칠 수 없는 실력의 소유자인 나. 음악 시간에는 언제나 아이스크림 노래방을 이용했기에, 교실에서 피아노 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저학년 어린이들 앞에서는 쉬운 동요 반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면서 느꼈다. '나 음악 좋아하네! 피아노 연주 재미있네!'
나는 음악을 연주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난생처음 경험했다. 그래서 학년말, 아이들과 함께 피아노 반주로 노래하는 교실을 꿈꾸며 지금 쓰고 있는 교실로 낑낑대며 옮겨 왔다. (나와 함께 악기를 날라준 동료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올해도 그 낡은 전자 피아노와 함께 내 생에 최고의 아이들과 행복한 일 년을 보내고 있다. 1학년 어린이들은 내가 연주하는 '도솔미솔 도라 파라' 반주에도 신나게 노래를 불러준다. 반주가 단순해도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목청을 높이며 흥겹게 노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 눈을 보며 피아노 반주를 치면서 함께 노래하는 내 모습도 참 좋다. 이게 다 전근 와서 만난 교실 속 피아노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