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얼, 선생님 지금 공부하시는 거예요?
어른도 너희들처럼 공부해야 해.
점심 식사 후 우리 반은 '장금이 만화'를 본다. 보통 장금이 한 편이 20분이니까!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시계를 보고 계산을 한다. '오늘은 집에 갈 때까지 뭘 할까나? '
그제는 애매하게 식사 후 15분이 남아서 학습장에 받아쓰기 10문제 시험을 봤다. 오늘은 애매하게 10분이 남은 거다. 그래서 정말 오래간만에 '싸우지 말고 양보할 수 있는 사람만 조용히 친구랑 놀기' 시간을 가졌다. 1학년 남학생들은 블록으로 팽이를 만들거나 로봇을 만든다. (큐브 블록의 활용도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다) 여학생들은 실뜨기, 공기놀이파, 쎄쎄쎄, 인형 놀이,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등으로 다양하게 나눠진다. 이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그림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는 학구파 어린이도 존재한다. 만세!
아이들이 싸우지 않고 잘 노는 것 같으니, 나도 가방에서 내 할 일을 슬그머니 꺼내 본다. 어젯밤부터 마음속에 무겁게 내려앉은 대학원 논문 읽기 과제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교육 대학원도 비대면이라 오고 가고 하는 부담은 많이 없지만, 읽어도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논문과 리포트는 정말 고역이다. 형광펜과 삼색 볼펜으로 쫙쫙 밑줄을 치면서, 어제 봤던 이해 안 가는 글귀를 머릿속에 집어넣어 보려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우리 반에서 제일 똑똑한 여자 어린이 하나가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허얼~ 선생님, 공부하시는 거예요?" 똥그래진 눈망울과 놀라움 가득한 목소리!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연하지! 너희들 공부 가르치려면 선생님도 공부해야 해"라고 대답하니 그 똑순이 왈, "선생님은 어른이어서 공부 안 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란다. (나도 어렸을 때 그런 줄 알았어.ㅋㅋㅋ)
평소와는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을 눈치챈 몇몇의 아이들이 내 책상 쪽으로 다가온다. "선생님 공부하는 거는 글씨 진짜 많고 작아요~"이런 귀요미들 같으니~ 그러고 보니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너희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줬구나. 아이고, 앞으로는 너희들 그림책 볼 때, 선생님도 무엇인가를 열심히 읽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