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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더곰쌤 Feb 05. 2024

어떻게 악기와 의사소통 할 것인가

전현호 교수님 세미나 및 공연 소식

요즘 나의 화두는 소통이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교류, 나 자신과의 소통과 자기 연결, 그리고 얼마 전 대전 리코더 캠프에서의 전현호 교수님 세미나에서는 음악 안에서 소통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악기와 나와의 의사소통과 교류 말이다.

그동안은 악기와 나와의 관계에서 내가 우선이었다. 내가 악기의 주인이니까, 악기는 내 호흡을 받고 소리를 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일방적인 관계였다. 그런데 전현호 교수님은 마치 리코더를 살아있는 인격체처럼 대하시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악기를 물건으로 대했는데, 리코더 연주자이신 전현호 교수님은 리코더를 본인과 동등한 위치의 인격체로 호흡을 주고받는 존재로 설명하셨다.

"리코더를 세게 불면서도 음정이 올라가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요?" 세미나에 참가했던 어떤 분께서 평소 가지고 있었던 의문을 교수님께 질문했다. 바람의 세기를 강하게 불면 음정이 올라가고 약하게 불면 음정이 떨어진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지만 아마추어 연주자들에게는 해결하고 싶은 숙제이다. 이 질문을 하신 분은 리코더 경력이 굉장히 오래된 고수 중에 고수였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에는 모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상식적으로 리코더를 세게 불면 음정이 올라가죠. 하지만 우리가 연주를 할 때 상황에 따라 숨을 강하게 불어넣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으로 강렬한 표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죠. " 교수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답하셨다.

교수님께서는 악기에게 우격다짐 강하게 숨을 불어넣는 상황을 보여주시고, 반대로 고르게 숨을 불어넣으시면서도 서서히 음량이 증가하는 두 가지의 사례를 차례차례 보여주셨다.

첫 번째의 경우 무조건 호흡만 강하게 내리꽂는 소리는 나와 같은 아마추어들이 소리를 강하게 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두 번째 시범은 고른 숨 가운데 천천히 음량이 증가하는 방법은 프로의 연주 방법인데 두 가지 연주법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느껴졌다. 전문 연주자가 부는 리코더 소리는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졌다.

교수님께서는  '호흡을 할 때 악기가 내게 돌려주는 호흡을 활용할 것'을 강조하셨다.  그동안 나는 "소리를 내라고!" 하면서 전후좌우 볼 것 없이 뿌~하고 호흡을 내뱉으며 세게 불어재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 결국 악기와 내가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구나.' 머릿속에 '띠링'하는 깨달음이 온 순간이었다.

이번 강의를 해 주신 리코더 연주자 전현호 교수님께서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고음악을 강의하고 계시는 현직 교수님이시다. 연주자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강의의 내용의 폭과 깊이, 전달력의 측면에서 최고의 실력자이시다.

리코더에 대한 열정으로 한예종 예비학교 수료 후 고1의 나이로 독일로 유학을 떠나신 교수님께서는 베를린 국립음대 졸업 후 스페인으로 건너가 리코더 학사, 스위스 바젤에서 고음악 및 원전 연주법 석사과정을 졸업하시고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신 초특급 엘리트 연주가. 이런 대단한 연주자분에게 리코더 연주법 세미나를 들을 수 있다는 건 보통 기쁜 일이 아니다.

아~! 몇 년 전 이 분의 영상을 유튜브로 처음 접하며 엄청 기뻤던 기억이 난다. 2017년 브뤼헤 국제 고음악 콩쿠르 3위 입상 소식을 듣고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그 후 이 분의 소리를 직접 듣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 꿈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이야! 영상 속 인물을 눈앞에서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앞으로는 악기에게 나의 호흡을 불어넣고 악기가 돌려주는 호흡을 받으며 입안의 공명을 최대한 활용하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내가 리코더에게 준 숨을 다시 리코더에게 돌려받으며 상호작용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입술에 힘을 빼고 마치 두 볼이 두꺼비같이 바람이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2월 5일 월요일 바로 오늘 저녁 반포 심산아트홀에서 전현호 교수님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런 분의 연주를 한 시간 동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텔레만, 헨델, 바흐 등 익숙한 바로크 음악가들의 곡이 포진해 있다. 연주회가 끝나고 지난 코더 캠프에 참여했던 반가운 분들과 인사를 나눌 생각에 벌써부터 행복하다. 1열 맨 앞자리를 예매한 터라 더욱 신난다! 진짜 이번 리코더 캠프 가기를 너무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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