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건 알토리코더가 아니라 보이스 플루트 모양 같은데요? 크기가 더 커요. 그리고 저 곡은 원곡의 조성을 이조 했나 봐요." 태오 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원래는 대전 리코더 캠프에서 만난 이정희 선생님과 함께 만나서 보려고 예매한 공연이었다.
갑자기 사정이 생겨 서울에 못 오시게 된 이정희 선생님, 힘겹게 예매한 1열 좌석을 리코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하신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 너무 소중하다. 불현듯 지난여름 바로크 악기사에서 만난 태오 군이 떠올라 연락을 했더니 흔쾌히 가능하여 올 수 있단다.
공연장과 불과 20분 거리에 살고 있는 태오는 공대를 지망하는 예비 고교생이자 리코더 레슨을 꾸준히 받고 있는 음악 애호가이다. 잠시 스마트폰으로 악보를 검색하더니,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며 말한다. "원 곡은 트라베르소 곡이었나 봐요."
헨델과 텔레만, 바흐의 곡은 물론이거니와 처음 마주한 독일의 바로크 음악가들의 연주도 참 아름다웠다. 두 대의 리코더와 바이올린, 그리고 바로크 첼로, 하프시 코더의 눈부신 향연이었다. 특히 스위스에서 오신 미하엘 폼 교수님과 전현호 교수님의 음색은 청명 그 자체였다. 바로크 첼로, 하프시코더, 그리고 두 대의 바이올린 소리에도 불구하고 리코더 소리는 이들의 소리에 전혀 묻히지 않고 오히려 이를 뚫고 나왔다.
각각의 악기들은 서로 문답을 하는 듯 주고받으며 주제부의 테마를 다양하게 변용하며 그 아름다움을 뽐내었다. 또 그 과정에서 서로 간의 균형과 배려, 그리고 절제미 역시 두드러졌다.
전혀 예상치 않아서 더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싱가포르 출신 바로크 바이올린 연주자 Alan choo였다. 이 분의 혼신을 다한 연주는 보기만 해도 감동적이었다. 그 생동감 가득한 에너지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난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하고 있어요." 하는 듯한 그의 연주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음악을 진정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연주는 모두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모던 악기와 비해 바로크 음악 연주자들은 몸 전체를 이용하여 음악을 연주한다. 그 모습이 마치 일사불란한 군무를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 어제 공연은 여태까지 봤었던 모든 콘서트를 합하여 최고의 무대였다. 연주 중간 서로 바라보며 살짝궁 미소 짓는 모습 역시 무척 아름다웠다. 마주치는 눈빛만으로도 하나가 되는 이들, 크게 들이쉬는 호흡 만으로도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는 멋진 이들!봄날의 정취 가득 품은 바로크 곡의 경쾌함에 흠뻑 빠져든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