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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더곰쌤 Mar 22. 2024

컵타는 처음인데요?

학부모님과 함께 한 참여 수업

그제부터 감기 기운이 있더니, 어제는 몸살, 오늘 아침엔 급기야 목소리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 출근길, 교감 선생님께서 내 얼굴을 보시더니 "어디 아퍼?" 물어 보신다. "감기요." 짧게 대답했다. 길게 말할 기운도 없다. "목소리가 완전히 변했는데?" 당연하죠. 코가 완전히 막혔는데요.


"오늘 공개 수업인데 이를 어쩌나?" 교감선생님은 아픈 날 위로 한다는 의도로 말씀하셨겠지만 뭐, 어쩌겠는가. "목소리가 변했긴 했지만 말을 할 수는 있으니까요. 가정통신문 나간 것을 물릴 수는 없잖아요."


학부모 공개 수업으로 선택한 과목은 5학년 음악. 동요 '봄바람'에 맞추어 리듬 치기를 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다. 보통 공개 수업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관찰하는 경우가 많기에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수업을 고민하다가 컵타를 생각했다.


"여기 오신 부모님들, 오늘 수업 끝나면 앞에 나오셔서 아이들에게 오늘 배우신 컵타를 발표하실겁니다. 아이들도 사실 오늘 이거 처음 배우거든요. 어린이팀, 부모님팀 대결을 해 볼 꺼니까 열심히 참여해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학부모님과 아이들은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며 컵타의 리듬을 하나 둘 익혀 나갔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툰 모습이었지만 수업이 계속 될수록 처음 배웠다고 믿을 수 없을만큼 능숙해졌다.


"아! 벌써 수업이 끝난 거에요?" 한 아이가 아쉽다는 듯 이야기한다. "종이컵 저 좀 빌려주시면 안되나요? 쉬는 시간에만 연습하고 다시 드릴께요." 후훗~ 아이들도 그렇지만 부모님들 얼굴이 더 신이 난 표정이다. 야호, 오늘 수업 대성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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