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에 커피 믹스 말고 커피 기계 있어!
믹스 말고 그거 마셔! 좋은 동료 이야기.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으면 내년에는 도대체 몇 학년을 하나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동학년 선생님과 함께 하는 방과 후가 얼마나 중요한지! 동학년 중 힘든 분이 계시면 그 해는 정말 껄끄럽다. 그래서 우리는 '내년에 몇 학년 하세요?' 물어보지 않는가? 최소한 내가 피하고 싶은 분과는 만나지 않으려고 말이다. 올해는 동학년 복이 차고 넘친다. 모든 구성원들이 협조적, 긍정적이시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요즘 내게 학교 다니는 즐거움을 선사해 주고 계신 우리 학년 장금이 선생님을 소개하려고 한다.
어제는 등교 전 창문 열고 있는데,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우리 교실로 들어오시는 쌤 두 손에 뜨끈뜨끈한 고구마와 은박접시가 보였다. 집에서 손수 오븐에 구어 오셨다는 김이 펄펄 나는 군고구마! 크기가 어른 팔뚝만 하고 속은 부드럽게 사르르 녹는 황금빛 꿀고구마였다. 세상에! 우리 동학년 모두를 위해서 그 바쁜 아침에 집에서 그걸 다 만들어 오신 거다.
오늘 우리의 일용한 양식은 역시 직접 만드신 통밀 건강빵(시나몬 듬뿍, 건포도 가득)이었다. 지난주는 코코넛을 곁들인 바삭한 쿠키를 구워 주셨는데 무설탕에 당뇨 환자도 먹을 수 있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셨다고 했다. 아침 든든히 배부르게 먹고 왔지만 '이건 몸에 나쁜 재료가 하나도 없지.' 하고 순삭했다. 빵순이 인생 수십 년 만에 이런 고급진 맛은 또 처음이었다. 쌤, 베이커리를 차리셔도 되겠어요. 이 모든 간식은 우리가 달지 않은 '쓴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장금이 쌤께서 심사숙고해서 골라오신 커피와 곁들여 먹으라는 티푸드였던 것이다!!!!!
그분 교실에는 네스프레소 커피머신과 기다란 종이컵들이 마치 까페 마냥 구비되어 있다. 학년 업무가 회계도 아니시지만, 그 교실은 우리 학년의 공식 사랑방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우리는 고급 커피를 득템 하러 하교 후 슬금슬금 그 반에 모인다. 오늘은 어떤 색깔의 캡슐 커피를 맛볼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모두 테이크 아웃으로 본인들 교실에 가지고 간다.
쌤은 또 아이들을 너무 예뻐하시는데 단호하실 때에는 또 칼같이 카리스마 있는 엄격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쥐락펴락하신다. 유쾌하시고 유머도 가득하시다는! 언제나 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또 미술 전문가이셔서 아이들 작품 수준도 우리 반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언제나 하교 길에 그 반에 들려 그 반 칠판에 전시되어 있는 내일 수업의 참고 작품을 떼어 오느라 양손이 그득하다.
나는 원래 커피 맛을 잘 몰라서 그 흔한 커피믹스나 카누조차 교실에 구비하지 않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스타벅스에 가도 커피보다는 각종 병 음료나 프라푸치노를 주문했었다. 평생을 커피를 싫어하는 줄 알고 살아왔는데~ 글쎄 코로나 사태 이후 원격수업을 하는 가운데 안 마시던 커피 한 잔을 꼭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생전 처음 하는 원격 수업의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올해는 아이들 하교 후 교무실에서 믹스커피를 뽑아다 마셨었다.
그런데!!! 두둥!! 우리 학년의 팔방미인 쌤께서 어느 날, '우리 반에 커피 기계 있어!! 믹스 말고 그거 마셔!' 하시는 게 아닌가? '그 쓴 것을 설탕 맛도 없이 뭐 하러 먹지?' 하던 나는 요즘 매일매일 네스프레소 머신 커피를 마시러 쌤 반에 들린다. 우와!! 진짜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씁쓸한 그 맛이란!
생각해 보면 커피 하나 때문에 그 반에 매일 들리는 건 절대 아닌 것 같다. 나를 속상하게 한 어린이 이야기 털어놓기, 오늘의 수업 실패담 한풀이 하기, 1학년 지도 방법과 노하우 전수받기, 이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소한 이야기들~~
커피와 함께 하는 정다운 담소의 힘은 오늘의 힘듦을 극복하고 이까짓꺼 라고 툭툭 털어내게 하는 특효약 같다. 스트레스는 역시 말을 해야 풀린다. 동학년 회비도 아니고 본인 사비로 일용한 양식을 그득그득 준비해 주시는 그 정성! 선생님!!!! 더 좋은 동학년 구성원이 될께요!! 그리고 저 내년에도 선생님과 꼭 동학년 다시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