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모든 일은 무지개떡 꿀떡

교육관의 차이라는 것

by 리코더곰쌤

예전에 근무했던 전임지에는 병설 유치원이 있었다. 우리 교무실에는 플루토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유치원 교무실에 가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져서 그곳 유치원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었는데...... 아까부터 교사 두 명이 계속 싸우고 있는 게 아닌가? 누군가 봤더니 원감선생님과 주임선생님이었다. 그 두 분이 워낙 언성을 높이며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시는 터에 도무지 일에 집중이 안 되었다. 다 큰 어른 둘이 무슨 일로 그렇게 열을 내며 다투는지 들어봤더니 글쎄! 유치원 가을 행사 간식으로 ‘무지개떡'이 나은지 ‘꿀떡’ 이 좋은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원감님은 예쁘니까 무지개떡으로 하자, 주임 교사는 꿀떡이 맛있고 크기가 작으니 아이들 먹기에도 편하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내가 머물던 20분 내내 두 분은 서로의 의견을 굽히지 않으셨다.

어랏!! 기껏 간식 메뉴 정하는 일 때문에 이런 거라고? 나는 제삼자이니까, ‘아니 저게 싸울 일이야?’ 생각했지만 그 두 분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심각했고, 교무실에는 냉기가 가득했다. 심지어 다른 동료교사들도 어느 누구에게 동조하지 않고 각자의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설마 늘 이러는 거야? 이럴 수가! 그들은 표면적으로 분명 ‘이것이 교육적으로 더욱 합당하다’라고 주장하고 있었지만...... 듣고 있는 나로서는 ‘허얼~~ 무지개떡 꿀떡 반반씩 하던가! 가위바위보로 정해서 이번엔 무지개떡, 다음 행사는 쑥떡을 하던가. 제발 그만들 싸워요. 그 시간에 더욱 생산적인 일들을 하세요’ 말하고 싶었다. 이게 진짜 싸울 일이냐고요!!!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팽팽히 대치하며 싸우고 있는 두 명의 교사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 싶었다. 아!!! 순간 깨달음이 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육적’이라는 명목의 주장들은 어쩌면 개개인의 ‘취향’, ‘입장 차이’, ‘경험의 차이’에 의한 고집일 수 있다는 것! 절대적으로 옳은 진리도, 틀린 사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날 '유치원 간식 대전'의 승리는 과연 누구였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떡으로 결정하든 그게 교육적으로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는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고 목청만 높이는 것이 제삼자의 눈에 미성숙하게 보이듯, 외부에서 우리의 학교 문화를 바라보면 분명 이와 비슷한 모습들이 있을 것 같다. 무지개떡은 무지개떡 대로, 꿀떡은 꿀떡 대로 다 의미가 있고 좋은데...... 반반하면 진짜 안 되는 것일까?

매년 이맘때가 되면 냉랭했던 유치원 교무실의 풍경이 떠오른다. 떡 메뉴를 가지고 언성을 드높이던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함께 자동 재생된다. 그럴 때마다 난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 '무지개 떡이든 쑥떡이든 무슨 상관이야! 절대 큰 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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