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얼, 그럼 엄마들이 CCTV로 우릴 감시하는 거예요?

코로나 시국의 원격 공개수업 이야기

by 리코더곰쌤

다음 주 수요일은 우리 1학년 어린이들의 '원격' 학부모 공개수업이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진학한 8살 꼬맹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교실 생활이 얼마나 궁금하셨을까? 코로나 때문에 대면으로 진행할 수 없기에, 우리 학교는 '줌'으로 교실 모습을 실시간 전송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제는 동학년 선생님 교실을 들려 실물화상기를 책장 위로 올리고 아이들 책상 대형을 요리조리 옮기는 작업을 했다. 우리는 1 분단부터 5 분단까지 마치 두더지 잡기에 나오는 두더지 마냥 "여기 나오나요? 저 보이세요?' 손을 휘휘 젓기도 하고, 아이들 책상에 직접 앉아가면서 비디오의 사각 위치를 조절했다.

오늘은 우리 반 실물화상기 세팅 작업에 착수했다. 화면 하나에 아이들 책상 모두가 잡히도록 책상을 배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비말 방지용으로 세워 높은 가림판 때문에 카메라에 비친 아이들 책상이 더욱 흐릿했다. 설상가상으로 앞자리는 그나마 카메라에 또렷하게 보여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될 것 같은데 중간 이후부터는 누가 누군지 잘 모를 것 같다.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 다음 주 수요일이 공개수업임을 알렸다. 그랬더니 우리 반에서 제일 똑똑한 남자 어린이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물어본다. "엄마들이 못 오시는데 어떻게 해요?" "응, 방법이 있지, 교실에 있는 실물화상기를 높이 올려서 너희들 활동 모습을 보여드릴 거야" "선생님, 그럼 엄마들이 CCTV로 우리들 감시하는 거예요??" 순간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오오오~~ 예리한데?


"정답이야!! 선생님은 안 나와. 너희만 나와!"ㅋㅋㅋ

공개 수업 날에은 개별 발표 위주로 , 한 명씩 교실 중앙으로 나오라고 해서 발표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 그러면 또 고민이 생긴다. 가정에 계신 학부모님 보여드리자고 친구들을 뒤로하고 카메라를 보라고 시키자니 그것도 모양새가 안 좋고 반대로 하자니 엉덩이만 보일 것이고...... 코로나로 인하여 난생처음 하는 일들을 겪다 보니 매 순간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이다.

하굣길에 아이들에게 아래 내용을 부모님께 꼭 전달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1) 교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뀌는 자리에 따라 내가 크게 나올 수도, 작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너무 서운해하시지 마세요. 2) 공개 수업 5분 전 미리 접속해 주세요. 이후에는 수업 진행 때문에 '승인' 버튼을 못 눌러 드립니다. 3) 아이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으시겠지만 교사와 다른 학생들의 초상권 때문에 녹화는 절대 금지이며 SNS에 올리시는 것도 안됩니다. 제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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