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움 즐거움 Apr 28. 2024

오늘 우리 예술 한 번 해 보자

삶은 예술로 빛난다

오늘 읽은 책 진짜 좋다. 전작 '방구석 미술관'으로 내 맘에 찜콩한 조원재 작가님의 저서 '삶은 예술로 빛난다.'를 읽었다. 이 분 글 술술 잘 넘어는군. 문체도 내용도 다 내 스타일이다.

어린 시절 우리 모두는 예술가였다. 문제는 커가면서 현실과 타협하고 삶에 적응하느라, 즉 살아 내기 위해 우리 안의 예술성을 잊고 지낸다는 것.

문득 지난주 금요일 3교시 수업시간의 감동 떠올랐다. 5학년 음악 4개 반이 쭈르륵 연속인 날이다. 그중에서도 너무  이 날 따라 시작부터 머리가 쭈뼛 설만큼 기가 막힌 화음이 나온 반이 있었다.

2교시에 체육을 끝마치고 신발주머니를 손에 든 채 음악실로 온 아이들은 덥다고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성화였다. 수업을 시작한 지 5분이나 지났을까? 다른 반 아이들이 수업 마지막에 겨우 완성해 내는 리코더 2부 화음 연주를 기가 막히게 연주해 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신기한 일이로세! 내 눈에서 기쁨의 불꽃이 나오는 걸 아이들도 보았다. 신이 잔뜩 난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옴마. 이게 웬일이야. 너희 지금 이 화음 다 들었지? 오늘 수업 목표 벌써 달성이다. 우리 스스로 잘했다고 부둥부둥해주자! 가만있어봐. 너희 반은 될 것 같아. 오늘 우리 예술 한 번 해 보자!"

"쌤! 우리 학예회 할 때 리코더 이 곡으로 하면 멋질 것 같지 않아요?" 얼굴 가득 기쁨에 차서 자기들도 같이 흥분한 아이들! 내가 너희들의 이런 모습을 보는 맛에 리코더 수업을 하는 거란다. "아, 그럼 이제 이 부분은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여기 쉼표 잘 지켜서, 다 같이 하나, 둘, 시작!"

퍼프와 재키 2중주를 리코더로 연주하며 초집중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게 추워서 팔에 소름이 돋은 건지  너무 잘해서 닭살이 돋은 건지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순간 우리 모두 음악의 즐거움을 함께 느꼈다.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나온 '예술'이라는 단어는 농담이 아니었다.


매 수업을 이렇게 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음악을 가운데에 두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은 분명 따뜻하고 기분 좋은 감정의 교류가 계속 흐르고 있다. 우리 친구들, 우리가 함께 느꼈던 그 시간의 질감을 기억해 주길.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숨 죽이며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아이들의 모습을 본 그 순간 난 정말 행복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교직 인생 중 잊지 못할 멋진 장면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각자의 삶의 길  위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예술을 찾아 표현하는 사람들예술가라고 말한다면  2024년 4월 26일 금요일 3교시의 우리 모두는 예술가였다.

멋진 꼬마 음악가들에게 깊은 박수를 보낸다. 음악은 이렇게 우리에게 감동을 선물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편의 시와 같은 정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