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리코더가 쉽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소프라노 리코더를 불 줄 아니까 그게 배움의 끝인 줄 안다. 4년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알토 리코더의 세계를 접하기 전까지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알토로 시작되는 리코더의 태평양을 본 이후 난 나의 무지함을 제대로 인식했다.
아, 리코더가 진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악기였구나 그제서야 깨달았다. 저먼식 말고 바로크식 리코더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그 때 비로소 알았다. 그래야 비발디, 바흐, 헨델, 텔레만 곡을 연주할 수 있다.
난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알토 리코더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졌다. 그런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인물이 있다. 바로 교과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후배 선생님다. 이 분은 교대 음악교육과 출신이다. 졸업 시험 대신 피아노로 졸업연주를 한 음악 능력자인거다. 기타는 혼자서 독학을 했다는데 우쿨렐레랑 전자기타까지 능수능란이다. 요즘에는 따로 일렉 기타 레슨도 받고 있다는데 기타 선생님이 레슨해주시며 엄청 행복해하신단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치는 사람인 거다. 머리가 엄청 좋고, 귀도 좋고, 손도 빠르다. 스펀지같이 지식을 쫙쫙 흡수하는 속도가 엄청나다.
같은 이유로 나도 이 친구가 탐이 났다. 본인이 배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알토 리코더 금세 배울 텐데 싶은데 말이지. 그래서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쌤, 야마하알토 리코더 상표도 안 뜯는 새거 있는데 드릴까요? 관심 있으면 말해요!"
그랬더니 방긋 웃는 얼굴로 "와, 주시면 감사하죠. "라고
옳다구나, 지금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악기와 교본을 챙겨 후배쌤에게 앵겨주었다.그리고 오늘부터 1일 차 찾아가는 방문레슨을 실시했다.
"혹시 쌤 지금 바빠요? 내가 레슨 해줄게요."
역시 우리쌤은 너무나 훌륭한 학습자였다. 남들 1년 걸려 배울 모든 내용을 15분 만에 독파했다. 운지법 클리어, 텅잉 소리 너무 곱고, 독보력도 좋아서 초견으로 쭉쭉 악보도 잘 본다. 계속 칭찬만 하게 된다. 잘만 하면 우리 선생님이랑 금방 바로크곡 이중주를 할 수 있을듯하다. 역시 내 짐작이 딱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