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에서 고대하던 레슨을 받았다. 악보를 나눔 해주신 고마우신 원주 선생님들 덕분에 선생님과 이중주를 할 수 있었다. 지난주에 개천절 연휴가 있어서 일주일을 쉬니 얼른 바흐 이중주를 배우고 싶었다.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연습할 시간은 많은 셈이어서 출퇴근길에 계속 음원을 듣고 짬짬이 악보를 손에 익혔다.
일단 내 맘대로 막 연습해 온 곡을 먼저 들려드리고 선생님과 부분연습을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다가 계속 놓쳐서 우리가 모두 살짝 웃었는데 순간 쌤께서 물을 드시려고 하는 거다. 순간 내가 외쳤다.
"흐아, 물먹을 때 웃으면 안 돼요! 코로 나온단 말이에요. 얼른 무서운 생각 하세요!"
결국 우리 선생님은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물 마시는 걸 포기하셨다. 그리고 연습을 재개했는데 아까 멈추었던 그 부분만 되면 계속 웃음이 났다. 한 번 터진 웃음이 도무지 그칠 생각을 안 하는 거다. 내가 먼저 깔깔대니 황지영 선생님도 함께 웃음보가 터져서 이건 뭐 폭소대잔치다.
"우리 그냥 코렐리 할까요?" 오늘 바흐는 물 건너간 것 같으니 곡을 바꿔 보자는 우리 선생님에 말씀에 난 대답도 못하고 악기 내려놓고 화장실로 뛰쳐나갔다. 사실 전에도 웃다가 레슨 그만 받자고 짐 싸고 나온 적도 있다.
"쌤, 관악기 연주자들은 웃길 때 어찌 연주를 하나요? "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질문을 드렸다. 현악기랑 달리 관악기는 웃으면 호흡 때문에 음정이 나가는지라 전문연주자들은 이런 일이 없을까 의아했기 때문이다.
"연주할 때는 딱히 웃을 일이 없었던 것 같은걸요?"
아이고, 코렐리 3악장도 바흐 이중주도 너무 알차게 잘 배운 날이다. 엔도르핀과 도파민 역시 과다 분비되고 말이다. 아마 오늘 배운 두 곡 모두 코렐리와 바흐가 작곡할 때 웃음버튼을 장착해 놓은 곡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