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전담인 내 친구는 성악에 진심이라 교회 지휘자님께 개인레슨까지 받는다. 내 평생 가요보다 성악곡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봐서 참 신기했다. 하루는 이 아이가 엄청 열받는 일이 있었다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성가대에서 합창할 때 말이야, 첫박은 괜찮았는데 말이지, 세 네번째 박에서 속도가 빨라지는 사람들이 있어.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음정, 박자 다 틀리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거 있지. 여기가 무슨 노래방이냐고! "
교회 성가대 열성 단원다운 발언이다. 친구는 자기 양 옆에 서서 함께 노래하는 남자 단원, 여자 단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단다.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내 맘대로 박자의 남자단원은 그녀의 남편이고. 내 식대로 피치의 주인공은 아마추어 호른 연주자란다. 프로 연주자 성악가도 아니고 음악 애호가 성가대 단원들의 과한 열정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높은 수준의 음악성을 가진 내 친구만 속상할 노릇이다.
"글쎄, 내가 노래는 안 해봤지만 리코더를 불 때를 생각하면 숨이 차서 그런것 같아. 나도 맨날 박자가 빨라지거든. 힘든데 박자고 뭐고 생각할 여유가 어디있냐?"
나도 박자라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타고난 박치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게 좀 미안하다. 리코더로 느린 곡을 연주할 때에는 딱히 문제가 없다. 중간에 숨쉬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른 곡을 연주할 때에는 딱히 숨표나 쉼표가 없어서 눈치껏 숨을 쉬어야 하기에 박자 연습이 더 어렵다.
나도 모르던 내 습관 중에 꼭 유념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를 발견했다. 부분 연습을 할 때랑 전곡을 불 때 숨 쉬는 위치가 다를 때가 많다는 거다. 내가 그렇게 하는 것도 몰랐다가 레쓴 쌤이 말씀해 주셔서 알았다. 아, 어디에 끊어서 숨 쉴지를 아는게 이렇게 중요하다니!
어제는 레슨 중에 예비박을 먼저 세고 들어가는 훈련을 했는데 일정박을 카운팅하는게 속도 맞추는게 큰 도움이 된다는걸 알았다. 숨 쉴 타이밍을 한 번 놓지면 뱃속에 아직 뱉지 못한 호흡이 가득하여 새로운 호흡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한번 숨이 잘 들어가면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에 탁 안착한듯 흐름을 타고 연주할 수가 있었다.
내가 숨을 잘 쉬고 있는지, 피치가 높지는 않은지 메타인지로 자각하지 않으면 박자도 음정도 엉망으로 연주하게 된다. 빠른 곡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편안하게 템포를 가져가려면 의욕과 추진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숨 쉴 구간을 마련해 놓고 들숨과 날숨을 제 때 충분히 쉬는 것이 중요한 걸 깨닫는 하루다. 삶도, 음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