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불킥 대신 오월동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by 리코더곰쌤

'15초만 지나면 이 감정은 흘러갈 거야. 그러니 너무 안달복달하지 말고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잘 관찰해 보자고'.


얼마 전, 이불킥을 날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이전의 나였다면 '으이그, 왜 그랬냐. '하면서 스스로 꿀밤을 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단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아, 나 지금 무지하게 창피하구나.' 하고 내 마음을 읽어 주었다. 그럴 수 있다고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나와 같을 것이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었다.


나 자신에게 주의를 돌리기, 비폭력 대화에서 배운 방법이다. 마음이 진정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도 안 되었다. 카톡으로 온 다른 메시지에 신경을 쓰다 보니 수치심으로 가득했던 내 마음은 어느새 반가움이라는 다른 감정으로 이동해 있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작년 3월부터 꾸준히 감정 일기를 쓰다 보니 내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고 속상한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부적인 요건에 의해 화가 날 때에 예전에는 그 즉시 즉각적으로 되받아 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 시원한 감도 없고 상대에게도 별 타격감이 없는 게 문제였다. 오히려 맞받아친 나의 대처가 독이 된 일도 많았다.


오히려 화가 났던 상황을 글로 쓰고 좀 더 객관적으로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 침묵으로 대응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과정이 마인드풀니스, 마음 챙김이 아닐까. 나 자신이 제3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메타인지 말이다.

새해 첫 독서로 덕성여대 심리학과 김정호 교수님의 책 '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즐거움'을 읽었다. 이 책 너무 맘에 든다. 책을 보다 보니 무릎을 치게 되는 구절이 참 많이 나온다. 교수님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예를 든다고 하신다.


'우이동에서 보는 북한산과 구파밭에서 보는 북한산은 다른 모습인데 서로 이게 맞다고 우긴들 그게 무슨 소용인가.'

서로 간에 입장의 차이가 생겨날 수 있음을 염두해 둔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보는 우를 우리 모두는 겪을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스트레스 상황은 생활 속에서 반복되며 우리의 행복을 갉아먹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이 늪과 같음을 기억하자. 우선 자신이 그 상황에서 효과적이지 못한 반응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반응 행동을 멈추자. 오히려 자기에게 맞는 성장 동기를 숙고하고 확립하여 스트레스 상황이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 계발되는 자기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자. P.121

마음속에 스트레스 상황을 먹이로 삼는 욕구를 만들어 보는 것. 위기를 기회로, 고난을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 스트레스를 더 값지게 사용하는 방법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내 안의 모든 내 모습이 나를 향해 서로 협력하여 힘을 합쳐야 한다. 내 속에는 수많은 내가 있다. 살을 빼고 싶은 나, 야식을 먹고 싶은 나. 모두 나다. 내가 나를 너무 모질게 대하면 폭식을 하게 되고 다이어트는 더욱 요원해진다.


옛날 중국에 오나라와 월나라가 철천지 원수지만 적군을 무찌르기 위해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을 가리켜 '오월동주'라는 고사가 생겼단다. 내 속의 수많은 나의 모습이 서로 친하게 지내야 결국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을 잊지 말자.


스트레스 프리웨이의 길은 내가 나를 잘 이해하고 내 마음의 상태를 관조하며 바라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내 안에서 오월동주! 올 한 해는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부가 싫었다가 미웠다가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