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구동학년 회의

외로운 학교에서 널 만난 건 행운이야

by 리코더곰쌤

8년 전, 우리는 옆 반이었다. 친구와 나는 나이도 동갑이었고 극도로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도 비슷했다. 또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유독 통하는 것이 많은 우리는 집 방향도 비슷하여 퇴근길 언제나 수다의 마당을 펼쳤다. 나는 이렇게 해서 수업을 망쳤으니 너는 이렇게 하지 마라, 내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지도안 다 썼냐 등등...... 교실 속 고민들을 공유하는 안전한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전근을 가게 되었고, 친구는 부임 인사 가는 나를 본인 차로 데려다주었다. 학교가 바뀌게 되니 친구와 매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서운했다. 그래서 우리는 출근 시간을 이용해 매일 전화를 했다. 이른바 제일 가까운 '수업 친구'와 '구 동학년 회의'를 한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된 친구와의 아침 통화는 오늘까지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주말과 방학을 뺀 매일 아침 8시 15분이면 어김없이 울리는 전화벨! 매일의 통화 내용은 학사력에 달라지지만 '근심과 걱정'이 주요 포인트이다. 개학날에는 어김없이 "왜 매번 나는 개학이 두려울까?"를 반복하고 공개수업 아침에는 "나 너무 긴장되고 떨려"라고 말한다. 우리 둘은 거울모드처럼 "걱정 마, 잘할 수 있어! 네가 멋진 선생님이란 건 내가 잘 알아. 옆반이었잖아!"라며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한다. 하루도 빼지 않고 통화를 하다 보니 이야기 소재는 더욱 많아졌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 둘 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교사들도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너랑 나랑 하는 대화의 90프로는 교육적인 대화잖아! 우리의 대화를 글로 적어서 '김교사와 오교사의 아침 통화'라는 책을 내면 어떨까?" "흐음, 그런데 그걸 누가 읽을까?" "그렇지? 그렇기는 해......"

교실 안의 문제 상황, 학부모와의 관계, 관리자와의 어려움 등으로 기분이 우울할 때, 이 친구와 전화 한 번 하고 나면 속이 다 풀린다. 어느 누구보다 내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고, 백지장도 서로 들면 낫다고 내 의견에 친구 의견을 더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내 맘에서 이렇게 하고 싶다 '하는 고민을 친구한테 털어놓고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라고 묻는다. 그럼 "넌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나한테 그래도 되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너에게 컨펌받으려고 전화했어" 우리는 대화를 하며 스스로의 생각, 느낌에 대해 더 잘 파악하게 되는 것 같다. 자꾸만 '내 탓이오' 하게 되는 상황에서 생각을 멈추라고,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서로를 위로한다.

어제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전근을 가는데, 예전 교감님 학교에서 초빙 제의가 온 것이다. 학교의 마스터키가 됨에도 불구하고 초빙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컴퓨터 뺑뺑이로 집 근처로 갈 것인가 고민되는 상황이었다. 두 학교의 분위기, 학교 규모, 한 학급 당 어린이 수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상황, 웃기게도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초빙 제의가 온 학교는 운전하면 20분 거리야. 그 말은 즉 너랑 아침 통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지. 하지만 뺑뺑이로 가면 도보로 5분-10분 정도 걸려. 그럼 통화가 어려울 거야!" 나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20분 걸리는 곳으로 가~ 난 너랑 매일 아침 계속 통화하고 싶어!!!!!"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출근길 구동학년 회의, 이 소중한 시간을 좀 더 오래 간직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멋진 동화 작가 우리 보건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