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어린이의 자가격리로 불안했던 나는 어제 퇴근길에 코로나 선제 검사를 받았다. 오늘 일어나서는 핸드폰 '음성' 문자가 언제 뜰 것인가 계속 긴장하며 종종거렸다. 교감님께서는 '보통 9시 전에 나올 테니, 보결 처리 할게요!' 하시고... 두둥! 9시 40분,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 강사 좀 써 주시지.. 교감님이 보결 처리 한다고 하시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보결 들어가 주시는 선생님께 괜히 죄송했다. 학교 앞 카페에서 마카롱 두 세트 사가지고 헐레벌떡 교실로 향했다. 시계는 벌써 10시 25분이다.
교실에 들어서니 조용히 색칠 공부를 하고 있던 우리 반 아이들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한다. 장난꾸러기 어린이는 어느새 뛰어나와 백허그를 하며 말한다. "곰쌤! 코로나 주사 안 아팠어요?" 아~ 코로나 검사라고 하시지 않고 코로나 예방 접종 주사를 맞으러 갔다고 안내하셨구나~ 센스 있는 부장님! 어린이 한 명이 나오니 한 뭉탱이의 아이들이 우르르 조잘대며 모두 앞으로 나온다. "선생님! 코로나 2차 주사는 더 아프다던데, 괜찮았어요?", "선생님, 저도 어제 독감주사 맞고 엄청 피곤한데도 선생님 보러 학교 왔어요!", "선생님, 아침에 선생님이 없어서 엄청 놀랐어요." 등등, 저마다 참새처럼 자기 말을 들어달라며 내 책상에 붙어있다. 귀염둥이 녀석들, 그림을 잘 그리는 여학생들은 '곰쌤 힘내요!' '곰쌤 아프지 말아요' 그림도 그려서 내 책상에 살포시 놓아두고 자기 자리로 들어간다.
아! 여기서 잠깐, 우리 반 어린이들은 나를 '곰쌤'이라고 부른다. 나의 부캐가 '곰쌤'이다. 그것도 안경 쓴 '곰'. 여기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정신없는 1학년 입학 후 내가 판서만 하려고 뒤로 돌으면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어린이가 있었다. 그래서 3월 한 달은 늘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치고, 혼나고, 학부모 상담하고, 교장실 방문하느라 전체 아이들 앞에서 웃는 얼굴을 한 적이 없다. 내 스스로 생각해도 1학년 아가들에게 학교가 무섭고 삭막한 곳으로 느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던 차, 갑자기 국어 활동 교과서 삽화에 안경 쓴 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또한 얼마 전 인터넷으로 배송시킨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이 서랍에 있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서랍 속 안경을 꺼내 쓰고 아이들 앞에서 마치 세일러문이 된 것처럼 빙그르르 돌면서 말했다. "친구들~! 내가 누구인지 맞춰 보아요! 나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지요. 여러분, 국어 활동 그림에 힌트가 있어요"
그렇게 나는 곰쌤이 되었다. 곰쌤의 캐릭터는 자상하고 재미있고 유쾌한 캐릭터이다. 평소 나의 성격과는 전혀 반대이다. 이른바 유재석이 유산슬이 되듯, 나도 나의 부캐를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수업하다가 심심하면 "선생님, 곰쌤으로 변신해 주세요!!"라고 외친다. 매번은 아니고, 가끔씩만 안경을 쓰고 변신해준다. "사랑하는 아가곰! 겨울잠에서 깨어나서 아기곰 학교로 모이자!! 여기 곰쌤이 아가곰들 좋아하는 고구마랑 꿀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지!" 가끔 우리 반 여학생들은 '곰쌤의 비밀 노트' '란 제목으로 이야기도 꾸며서 가지고 나온다. '곰쌤은 우리가 집에 가면, 고구마를 우유에 찍어 먹어요. 곰쌤은 우리가 집에 가면, 고구마를 설탕에 발라 먹어요. 곰쌤은 곰쌤은 고구마를 좋아해' 아무리 생각해도 곰쌤이란 별명은 나랑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