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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리코더를 몆 년씩 배운다고요?

유튜브를 보다 발견한 리코더 스승님

by 리코더곰쌤

'앗, 저 분은 분명 우리 쌤이신데?'

유튜브에서 코렐리 음악을 찾다가 익숙한 얼굴을 보고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옴마야, 이 분은 분명 내가 처음으로 리코더를 배웠던 이정국 선생님이셨다. 우리 쌤이 바로크 바순을 하시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시는 장면은 처음보았다. 선생님께 레슨을 못 받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지라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정국 선생님은 한예종에서 리코더를 전공하시고 네덜란드에 유학을 가시어 바로크 바순을 함께 공부하시고 현재 유럽에서 활동 중이시다. 선생님께 리코더를 처음 배우게 된 건 2021년 4월, 코로나로 인하여 원격수업이 진행되던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음악 수업에 리코더를 이용하니까 취미삼아 조금 배워 볼까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이정국 선생님의 '코더리코더' 유튜브 채널에 레슨생과 함께 하는 2중주 영상을 보고 나 역시 이걸 꼭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레슨 없이는 이 수준에 이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여태까지 내가 알고 있던 리코더는 리코더가 아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영상 속의 리코더는 나무로 만들었고 소리가 낮았다. 알고보니 알토리코더였다. 알토리코더로 바흐나 헨델이 리코더를 위해 만든 소나타 곡을 연주할 수가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내가 모르는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하루는 레슨 중에 스승님께서 한숨을 쉬며 말씀하시는거다.

"쌤, 제가 어떤 초등학교 선생님 영상을 보고 이건 아이들에게 잘못 알려 주면 안 될 것 같아서 공손하게 댓글을 달았는데요. 원작자 분께서 무척 속상해하시면서 장난치지 말라고 이러셔서 상처받았어요."


당시 원격 수업 때문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만드신 리코더 수업 영상이 유튜브에 엄청 많이 돌아다녔다. 우리 스승님은 전공자시니까, 몇 개 영상을 눌러 보시다가 아이들에게 오개념을 심어 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이 발견되어 매너있게 댓글로 그 내용을 쓰셨단다.


리코더로 높은 옥타브를 연주하려면 왼손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 리코더의 뒷구멍을 열어 주어야 한다. 그것을 영어로 엄지의 썸(thumb)을 뜻하는 써밍이라고 한다. 문제는 전공생 말고는 어느 누구도 뒷구멍을 얼마나 여는지 잘 모른다는 것. 초등교육과정과 교사 교육과정에 모두 부재한 내용이다. 우리 쌤이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알려 드린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써밍 주법시 리코더 뒷구멍 개방 정도!

위의 사진에서 서밍은 저렇게 동그라미의 반만 여는 표시 그림으로 표기된다. 이 때문에 오개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표기는 표기일 뿐이다. 아래 교과서의 사진도 잘못 되어있다.

이건 너무 많이 개방한 것!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렇게 바늘 구멍 만큼만 열어야 한다. 맞는 사진은 아래에 있다. 바늘구멍만큼 틈을 남기고 다 막는다라는 생각이 더 정확하다.

리코더를 몇 년 씩 배우는 이유는 이렇게 작은 것 하나 하나 뜯어 고치고, 또 익혀서 예전 바로크 시대의 곡을 배우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껴 그렇다. 이정국 선생님의 바흐 BWV525 소나타를 들어본다면 리코더의 매력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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