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리코더 애호가를 발견하다
친구의 카톡 프로필에서 내 사랑 리코더를 발견했다.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친구는 사진 속 인물처럼 귀농의 꿈을 품고 있다고 했다. 사진 속 아저씨는 그녀의 롤모델인 거다. 빛바랜 흑백사진 속에서 무심히 리코더를 불고 있는 그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의 이름은 스콧 니어링. 류시화 님이 우리말로 옮긴 책 <조화로운 삶>의 저자이다. 소비중심, 물질 만능주의를 거부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다 간 그는 부인 헬렌 니어링과 함께 버몬트 숲 속에서 보낸 스무 해의 기록을 이 책에 담았다.
스콧은 원래 경제학 박사였다. 20대 나이에 펜실베니아 대학교 교수가 되었지만 반전운동 경력 때문에 교수직을 그만둔다. 그 후 뉴욕에서 버몬트로 거처를 옮겨 돌집을 짓고 살며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한다. 도시문명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생태주의, 채식주의, 평화주의를 택해 농사와 저술활동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산 것이다.
최소한의 생활비로 검소한 생활을 즐기며 가진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았던 니어링 부부. 전화는 물론 라디오조차도 소유하지 않았던 그들은 '덜 갖되 더 만족하는 삶'을 추구했다.
헬렌은 원래 바이올린을 전공한 음악가였다. 음악에 문외한인 스콧은 부인을 통해 악기연주를 배웠겠지? 헬렌이 음대를 다니던 네덜란드에서는 그 당시에 아마도 고음악 부흥 운동이 일어났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바로크 악기 리코더를 접했을 것이다.
무려 11년간 손수 지은 돌집의 너럭바위 위에서 함께 리코더를 불고 있는 두 부부의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이들의 삶도 리코더처럼 아름답고 순수했구나. 리코더가 가진 단순하고 소박한 음색이 이들의 맘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리코더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리코더를 사랑하는 인물을 발견해서 기쁘기 그지없다. '움베르트 에코'에 이어 또 한 명의 리코더 애호가를 발견했다. 스트레스 없는 삶을 위한 두 부부의 조언도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