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리코더 레슨 개강
다가오는 봄에는 넓은 교실에서 마음껏 리코더를 연습하고 싶다. 작년 2학기, 원래 쓰던 음악실을 국악수업에 내주게 되어 괴나리 장수처럼 이 반 저 반 돌아다니느라 마음껏 연습을 못해서 아쉽기 그지 없었다. 빈교실 어디 없나 찾아다니고 식당에서 연습하거나 체육 끝난 강당 또는 과학실, 복도 층계에서 연습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꿈에 그리던 내 교실이 생긴다. 드디어 혼자만의 연습실이 확보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리코더를 불면 거짓말 안 보태고 원래 실력보다 두 배는 더 잘하는 것처럼 들린다. 안경쓰는 사람이 렌즈끼고 귀걸이하고 눈화장하는 격이다. 에코가 장난 아니다. 화장실이나 주차장 사운드보다 훨 좋다.
기다려온 봄학기, 언제나처럼 나는 리코더 레슨을 받기 위하여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 등록할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콘서바토리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는 모든 학기를 다 이수하면 음악사 학위도 나왔다고 하는데...... 내가 등록하던 시점에는 그 제도가 폐지되었다. 그래서 스트레스 받는 실기시험도 공연도 없이 진짜 취미로만 다닌다. 햇수로는 만으로 두 해가 조금 넘었다. 원래 무얼하나 진득하게 배우는 걸 힘들어 하는 사람인데 리코더는 배울수록 더 부족함을 느끼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서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이 이제 배울만큼 배운거 아니냐고 물을 때마다 십년은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첫 해에는 텔레만 소나타 맛보기, 다음 해에는 코렐리 바이올린 소나타 중 일부를 알토 리코더로 불었다. 그러면서 알았다. '아, 나의 취향은 빠른 악장, 경쾌한 악장이구나 '
이런 나에게도 꺼려지는 악곡이 있다. 템포가 쳐지고 멜랑코리한 악장이 그렇다. 느린 곡을 만날때마다 의욕이 저하되며 심지어 대충 때우자 싶어진다. 심지어 교수님이 이걸 빠르게 캐치하시고 "어머나. 이걸 연습해 오시다니 감동이에요!" 말씀하신 적도 있다.
작년 2학기 말 헨델 리코더 소나타 HWV367a를 공부할 때였다. 이 곡은 총 7악장에 달하는 대곡이다. 총 15분짜리다. 레슨 전에 유튜브로 미리 음반을 듣고 갔다.
처음부터 2, 3악장이 재미나다고 말해 주신 우리 선생님. 아니나 다를까 1악장은 극적 변화를 위해 느린 곡이었다. 흑, 라르고였네. 2악장은 비바체고 3악장은 퓨리오소! 분노의 질주가 연상되는 곡이다.
악보를 받자마자 냉큼 2-3악장부터 연습을 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1악장도 몇 번 불고는 레슨을 갔다. 그랬더니 우리 교수님 나를 붙잡고 이걸 진짜 참고 연습해 왔냐면서 기특해 하셨다. 느린 곡은 호흡이나 감정처리가 더 어렵다. 실력이 훤히 들통난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하건만 문제는 손이 안 간다. 아이고, 나의 이 호불호 어쩌면 좋단 말이냐!
겨울 방학동안 고이 모셔 놓은 악기에 시동을 걸고 롱톤 연습도 해봐야겠다. 과연 이번 학기에 7악장까지 다 배울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레츠 스타트!
이건 연습 참고용 음악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