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위한 연주하기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에 출연한 조성진 님의 인터뷰를 보다 무릎을 쳤다. 관객 호응도에 따라 연주자가 영향을 받는지 여부를 조승연 님의 질문했고 이에 조성진 님이 답을 했는데 이게 가히 명언이었다.
"어느 나라에서 공연을 하던 제 마음가짐은 똑같아요. 물론 관객에게서 받는 에너지도 엄청나지만 저는 저를 위해서 연주를 하니까, 저와 작곡가를 위해서 연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죄송하지만 관객은 3순위예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가끔 연주를 하면 관객분들도 대체로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긴장되고 떨리는 공연장에서 당연히 관객이 먼저 의식이 될 텐데 그것보다 앞서는 것이 나 자신을 만족시키는 플레이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문득 유퀴즈에 나왔던 아이브의 장원영이 월드투어나 큰 무대를 앞두고 긴장되지 않느냐는 유재석씨의 물음에 '준비한 걸 다 보여주고 내려온다는 마음으로 임하니 떨리기 보다는 기대가 된다.'라는 인터뷰 내용이 함께 떠올랐다.
'작곡가에 충실하고 나를 위한 연주를 가장 잘 해냈을 때 관객들도 그걸 알아보는 것 같다.'는 말, 이건 진짜 모든 사람들에게 다 해당하는 것 같은 문구같구나. 나도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가끔 수업을 하다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가는 순간들이 있다. 스트레이트로 5교시를 계속해도 아이들과 합이 좋은 날은 하나도 힘이 안 들고 오히려 엔돌핀이 팡팡 나온다. 아이들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고 빛날 때, 내가 말하는 말이 아이들 반응과 합이 딱 맞아서 재미있는 수업이 될 때가 그런 날이다. 그런 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어서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게 된다.
음악가의 존재 목적은 남에게 들려주는 음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일 먼저 자기 자신, 그리고 그 곡을 작곡한 원작자를 고려해서 이 관계가 잘 충족이 되면 관객은 저절로 감동할 것이라는 이 말은 글을 쓰는 상황에도 동일하게 적용될듯하다. 내 글에 내가 얼마나 솔직한지, 내 마음이 얼마나 투명하고 꾸밈없이 나타나 있는지, 멋져 보이려고 몸단장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생명력이 느껴지는지가 진짜 중요한 것 같다.
나를 위한 음악 하기! 미안하지만 관객은 3순위라는 말은 '본질에 충실할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젊은 거장의 말 한마디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일단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에게 납득되고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기. 내가 스스로 즐겁고 재미가 나야한다. 다른 건 다 곁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