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5학년 7개 반의 영어 교과와 6학년 한 개 반의 음악 교과 2시간을 수업한다. 영어는 3 단위이고 음악은 2 단위라 23시간 수업이다. 좀 많다. 대신 2학기에는 음악 없이 영어만 수업해서 21시간 수업이다. 일 년 평균으로 따지면 평균 22시간이긴 하다. 영어와 음악 모두 에너지를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려야 하는 과목들이라 몸이 아프거나 목이 아플 때는 좀 괴롭다.
담임을 할 때에는 국어 활동 글씨 쓰기라던지 수학 익힘 계산문제를 풀게 할 때 조금 쉬어가는 타이밍이 있기 마련인데 200프로 포텐을 올려 수업하는 게 좀 버거울 때도 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가르치니 진짜 행복할 때가 많다. 특히 음악 시간은 수업 자체가 일이 아니라 힐링시간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음악에 반응하고 스스로의 성장에 기뻐하는 감동적인 순간도 많이 경험한다.
2학기에는 다른 선생님께서 음악을 가르치시기에 내가 한 학기만 들어가기에 리코더를 최대한 더 많이 알려 주고 싶어서 마음이 아주 급하다. 일 년에 걸쳐할 일을 한 학기만에 끝내야 하는 기분이다. 매 시간 속절없이 지나가는 음악 시간이 아쉽기만 하다. 6학년이지만 소리 높여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엽다. 리코더도 처음에는 어려워하더니 이제는 그만 좀 불라고 할 때까지 계속 분다. 그 모습이 자기의 똑똑함을 자랑하고 싶어서 구구단외울 수 있다고 목청 높이는 1학년들 모습 같아서 웃음이 난다.
"선생님! 이젠 제가 이 곡 다 불 수 있어요!" 얼마나 신나고 자랑하고 싶으면 음악실에 들어오자마자 리코더를 입에 물고 그동안 배웠던 곡을 메들리로 연주하는 걸까? 요즘은 한참 베토벤 바이러스, 오연준의 쉼이 필요해,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의 메인 테마 연주에 빠져 있다. 어느 정도 템포가 빠르고 리듬이 재미있는 곡들이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은 새로운 곡으로 리코더로 "회전목마"를 배웠는데 리듬이 어렵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곡들이라 흥겹게 연주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두 번째 옥타브 연주, 파샆, 시플렛, 솔플렛까지 배워서 어지간한 가요나 동요들은 어렵지 않게 잘 연주한다. 3월 초에는 리코더 운지법의 왼손, 오른손도 헛갈려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원하는 곡들을 척척 불어댄다. 기특한 것들!ㅋㅋㅋ
오늘 수업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수업 말미에 있었다. 시간이 애매하게 3분 정도 남았을 무렵, 한 아이가 조용히 손을 든다 "선생님, 저도 피아노 한번 쳐 봐도 되나요?" 하고 묻는데 평상시 눈에 잘 안 띄는 소극적인 아이여서 좀 이외라고 생각했다. 피아노 학원에 다녀서 연주에 자신이 있나 생각했고, 흔쾌히 허락했다. 그런데 두둥! 우와! 이럴 수가! 그 아이는 그동안 피아노로 예중 입시를 준비하는 우리 반 음악 신동에게 가려져서 차마 앞으로 나서지 못하던 피아노계의 무림 고수였던 것이다.
첫곡으로 베토벤 바이러스로 포문을 열더니,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로 두 번째 곡 쌘즈와 세 번째 곡 캐리비안의 해적까지 연달아 세 곡을 마치 신들리듯 연주했다. 흥겹고 리듬에 맞춰 아이들은 연신 박수로 박자를 맞추었고 음악실은 순식간에 열띤 콘서트장이 되었다. 세상에나 마상에나! 우리 친구에게 저런 숨겨진 재능이 있었다니! 그동안 집에서 혼자 얼마나 열심히 연습한 걸까?
자기 스스로 즐겁고 좋아서 음악에 몰입하는 그 모습과 그걸 바라보며 함께 흥겨워하는 아이들! 그리고 이 둘을 바라보는 나! 오늘은 정말 교사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영상으로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