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원격수업을 실시했던 3년 전, 옆 반 교실 뒷 게시판에서 2학년 어린이가 지은 동시를 보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제목은 짜장면! 짜장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특히 형제자매 몰래 부모님이 사 주신 짜장면이면 이건 완전 클래스가 다른 맛일 것이다.
<제목: 짜장면>
누나가 학교 갔을 때
먹은 짜장면
엄마랑 나랑 둘이서만
먹은 짜장면
몰래 먹어 더 맛있다.
가슴만 두근두근
그 당시에는 학생들을 최대한 서로 접촉시키지 않으려고 학년별로 나오는 시간을 달리했었다. 아마도 이 동시를 쓸 무렵, 아이는 누나랑 학교 가는 등교일이 달랐을 것이고, 식사 준비를 피하고 싶었던 어머님의 마음과, 완전 범죄를 준비하며 두근거리는 맘으로 특별식을 먹는 꼬마의 미소가 어찌나 생생하게 상상되던지!
이 시를 보고 나는 이 시로 동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유튜브에 비공개 계정으로 이 곡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동요를 지어봤다. 음악에 대한 어떤 배경 지식 없이 누가 보면 말도 안 되는 실력이지만 스스로 도전해서 만들어 낸 한 네 도막 형식의 작은 동요 하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나만의 습작노트에 하나 둘 차곡차곡 동요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짜장면'이라는 동시는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한 동시가 되었다.
그 후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2학년이던 그 아이는 5학년 형님이 되어 교과 시간에 나를 만나게 된다. 나는 물론 그 아이의 이름을 외우고 있어서 3월 첫 주부터 '네가 이렇게 잘 자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둥! 드디어 그 아이에게 회심의 질문을 던졌다. "너 아직도 짜장면 좋아하니?" 아이의 얼굴에 '엥?' 하는 표정이 스쳤다. "너 2학년 때 우리 반 옆 반이었잖니. 그때 네가 쓴 시가 너무 멋져서 외우고 있었거든 들어봐! 이렇게 되는 시지?"
나는 숨도 안 쉬고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랩을 하듯 그 아이가 지은 시를 외웠다. 한 번도 끊지 않고 다다다다 동시를 외웠더니 그 아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그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나의 동시 암송이 끝나자 아이들의 힘찬 박수가 이어졌다.
"너 요즘도 시 쓰니? 언제 선생님 좀 보여줘! 기대된다!" 아이에 눈빛이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자부심이 가득한 자기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아이의 수줍은 미소와 반달모양이 된 귀여운 눈꼬리가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