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2학기에는 못 뵌다면서요." 오늘 수업에 들어가니 한 아이가 내게 묻는다. 아무래도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말씀을 하신 모양이다.
방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음악은 한 주에 두 번 수업이 있는데 원래 한 학기만 내가 담당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사랑스러운 6학년 아이들을 2학기에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울적하다.
이번 학기는 주당 23시간 수업을 했다. 영어와 음악 모두 에너지를 이백프로 끌어올려야 하는 수업이라 목이 많이 아프다. 거의 스트레이트로 다섯 시간을 내리 수업하면 지치고 힘들다. 그래도 음악 수업은 워낙 힐링되는 시간이라 아이들을 만나는 게 너무 설렌다.
헤어짐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방학도 있고 하니 연습도 하라는 의미에서 야마하 알토리코더를 한 반치 구입했다. 물론 사비를 털어 산 것은 아니고 교육청 사업인 '우리가 꿈꾸는 교실' 예산으로 구매했다. 마침 어제저녁, 배송기사님의 물품 배달 완료 문자를 보고 오늘 수업에 들고 가면 되겠구나 싶었다.
마침내 음악 수업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상자에 포장된 리코더를 하나씩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덩치는 산만한 6학년 아이들이 마치 아가 참새처럼 인사를 한다. 공손하게 두 손으로 알토 리코더를 받으며 마치 어린이집 아이들이 배꼽인사를 하듯 슬로 모션으로 "고맙습니다!"하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마치 선물을 주는 산타처럼 느껴졌다. 어떤 아이는 나보고 고맙다며 "만수무강하세요!"를 외친다. 마음이 벅차오르고 뿌듯함이밀려온다.
자기 누나에게 자랑한다고,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집에 가지고 간다는 아이, 초등학교에 들어와 받은 물건 중 제일 멋지고 훌륭하다는 아이, 빨리 포장을 풀고 불어보고 싶다는 아이 등등! 생일 맞은 아이처럼 기쁘고 들뜬 표정이 너무 예쁘다. 신나는 일을 앞둔 아이의 기대감 가득 찬 그 얼굴! 난 이런 표정이 너무 좋다.
소프라노 리코더와 알토 리코더는 구조가 같기 때문에 운지법을 하나만 익혀도 서로 호환이 가능하다.
"생각보다 숨이 많이 들어가네요?", "소프라노랑 달라서 헷갈려요!"
우리 친구들은 독일식 소프라노 리코더를 배워왔기에 바로크식 알토 리코더의 운지법을 익히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도 예전에 운지법을 다시 익히는 것이 무척 생소했다. 이 아이들도 다소 어렵고 지루한 그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지금은 마냥 처음이라 선물 받은 것이 기쁘고 즐거울 테지만 이것이 평생 악기가 될지, 서랍 속에 잠자는 물건이 될지는 본인 하기에 달린 것! 나의 일은 이제 최대한 이 악기를 연습해 보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