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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l 15. 2023

조성진도 멋지지만 너의 쇼팽 연주가 더 좋아

비 오는 날 플레이리스트 쇼팽

장맛비가 끊임없이 내린다. 주룩주룩 세차게 올 때도 있고 살금살금 내리는 보슬비도 있다. 비 오는 날에는 쇼팽의 피아노 곡이 생각난다. 태극권을 배우다 보니 음악을 들으면서도 동작을 할 때 쇼팽의 음악을 틀고 연습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특히나 쵸팽 조성진의 버전이라면! 비 내리는 오후 멍때리며 조성진의 녹턴을 듣다가 요즘 내가 제일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태극권과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조성진의 쇼팽 연주는 마치 태극권의 기세를 연상시킨다. 감정 과잉이 없다. 과하지 않고 물 흐르는 것 같다.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다. 참 아름답다.

움직이고 있으나 움직이지 않는 것, 그리고 굳건하고 단단한 아래로 향하는 힘!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언제나 사부님이 말씀하시는 기침단전, 입신중정. 중심을 바르게 세우고 몸을 쏠리지 않게 하라는 말씀이다. 중심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코어와 비슷한 개념이다.


연주 시작하기 전 숨을 고르는 초반부의 정적은 호흡을 가다듬는 정심공 같다. 태극권에서도 4-5회 정도 숨을 고르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동작이 있는데 이게 바로 정심공. 왼손과 오른손의 끊임없는 대화는 왼발과 오른발이 만드는 허와 실의 대비랑 비슷하다. 무게의 중심을 계속적으로 바꾸는 음과 양의 표현이다.


음악은 계속되는 플로우를 만들고 끊어질 듯 이어질 듯 포물선을 그리며 계속된다. 태극권의 동작도 마치 음악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며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둘 다 예술이다.


음악 수업 시간에 조성진의 쇼팽 연주를 들려주었다. 한 어린이가 쇼팽을 좋아한다며 피아노 학원에서 즉흥 환상곡을 배웠다고 한다. 수업이 끝날 무렵 살그머니 내 옆으로 온 우리 어린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치다. 내게 즉흥환상곡을 들려주고는 싶은데 자기 반 친구들이 있을 때 연주하는 것은 너무 부끄럽단다. 그럼 언제 연주해 주고 싶은데?음악 수업 시간 끝나고 아이들이 모두 교실로 올라갔을 때 내 앞에서만 피아노를 치고 싶단다. 수줍은 표정과 반짝반짝한 눈동자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런 부끄럼쟁이 귀요미 같으니라고! 조성진의 연주도 멋지지만 쌤은 네가 들려준 음악이 더욱 좋아. 이걸 들려주려고 속으로 몇번이나 말할까 말까 고민했겠니? 너의 아름다운 음악에 쌤은 정말 감동을 받았단다.


이번 학기는 내 교직 인생 중에 최고의 학기였다. 원없이 리코더를 불었고, 아이들과 신나게 노래하고, 정말 많이 웃었다. 음악 전담 너무 좋다. 아~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이런 행복도 이젠 안녕이다. 나에게 기쁨과 즐거움 가득한 음악 시간을 만들어 준 너희들, 진심으로 고마워! 많이 많이 사랑해! 6학년 어린이가 연주하는 즉흥 환상곡 제1테마, 조성진의 쇼팽 연주도 멋지지만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가진 아이의 연주 또한 진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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