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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더곰쌤 Jul 23. 2023

선생님, 진정한 웃음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잠깐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하지말거라.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연습한 곡들을 들려주는 시간! 오늘의 주인공은 클래식 기타 연주이다. 자기 키만 한 악기를 낑낑대며 들고 온 친구의 모습에 모두들 어떤 연주를 들려줄까 기대에 부풀었다. 평소 기타를 학교에 가져올 리가 없으니 모두들 기대 만발이다.

과연 무슨 곡을 연주하려나?'제발 곰 세 마리나 멋쟁이 토마토 연주는 하지 말아 줘~' 속으로 생각했는데 이게 웬 걸인가. 잔잔하게 시작된 '할아버지 시계'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교실 안에 뭉클한 감동이 밀려왔다.

'할아버지 시계'는 애잔한 멜로디로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다. 가창으로 부르거나 리코더로만 연주하다 이렇듯 다른 악기로 들으니 또 그 느낌이 다르다. 익숙한 음률의 편안한 멜로디와 반복되는 반주 리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곡 클래식 기타와 찰떡이네!

이 연주를 위해 열심히 연습했을 우리 친구를 생각하니 어찌나 기특하던지! 동영상을 찍으면서도 내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나 보다. 두 눈은 하트 뿅뿅에 분명 꿀이 뚝뚝 떨어지는 형국이었을 터, 갑자기 곰살 맞은 한 어린이가 이렇게 외친다.


"선생님의 진정한 웃음입니다."


그런데 너는 모를 거야. 교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후 이렇게 학생들과 교감하고 미소 짓게 되는 동화 같은 장면은 정말 손에 꼽게 된다는 사실을. 학부모의 민원 폭탄에, 아동학대범으로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우리의 현실, 동료들도 교장 교감들도 나 몰라라 하는 이 기가 막히고 참담한 현실을, 나만 아니면 되라고 생각하는 무자비한 선배들과 관리자들을, 책임회피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교육청의 모습들을.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극한 직업이야!" (내가 이렇게 웃고 있다고 선생님이란 직업을 혹시라도 선택하면 안 된다. 내 사랑하는 제자야. 이거 못할 짓이다. 전 국민의 공공의 적이자 학생도 학부모도 모두 잠재적 민원인이고 동료도 내 편이 아니야. 넌 나중에 선생님 하지 말기를 바라. 이거 빛 좋은 개살구도 아니야. )


그렇게 한 마디를 뱉은 후 너무 심하게 솔직했나 싶어서 황급히 다음 말을 이어갔다. "이 와중에도(이렇게 시끄럽고 정신없는 중에도) 쟤 연주하고 있잖니."

 동영상23초 부분에 나오는 목소리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오늘의 행복한 순간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싶다. 학생의 연주에 감동한 나의 표정을 보고 '선생님의 진정한 미소'라고 묘사해 준 어린이. 이런 귀염둥이 제자들을 어디서 또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아름다운 연주, 감동적인 분위기, 설레는 마음, 그리고 이 공간을 기득 채운 음악의 힘! 모든 것이 완벽했다. 우리는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


너의 멋진 기타 연주에 우리 모두 행복했단다. 음악이 주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무척 소중한 시간이었어. 선생님도 한 학기 동안 너희들 덕분에 정말 많이 웃을 수 있었고 큰 감동을 받았단다. 2023년 1학기,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어! 행운 같은 시간, 보석 같은 만남이다. 오늘은 내 인생에 잊히지 않을 한 페이지로 기억될 것 같다. 고마운 아이들과  함께한 이 예쁜 순간을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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