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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더곰쌤 Jul 29. 2023

용재오닐과 남형주 님의 귀한 투샷

최애 음악가 둘의 만남이라니

나는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을 참 좋아한다. 물론 세상에 수많은 천재 음악가들이 있었겠지만 내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친 나의 인생 음악가를 뽑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 바로 그다.

아마 내가 알토 리코더를 배우며 바로크 음악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비올라 음색에 더욱 빠져든 것 같다. 이 두 악기는 마치 형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음역대도 비슷하고, 다른 성부와 화음을 이루어 주는 서포트 악기로서의 역할로도 훌륭하고 독주 악기로도 멋진 포지션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 텔레만과 바흐가 사랑한 두 악기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지난 2022년 12월 16일, 유튜브의 랜덤 재생에 의해 용재 오닐을 처음 발견한 날로부터 이제 막 8개월 정도가 되었다. 그 전까지는 부끄럽게도 그가 연주하는 악기 비올라에 대해 무지했다. 악기 소리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의 크기의 중간 음역대를 가진 악기라는 사실만 어렴풋이 알았을 뿐. 용재 오닐이라는 이름도 예전에 천재 음악가로 언론 보도가 되었던 비운의 바이올리스트 유진 박과 헷갈렸다. 미안합니다. 용재 오닐 씨. 제가 잘 몰랐어요.

비올라 소리가 그렇게 매력적인지 용재 오닐 덕분에 난생 처음 알았다. 내게 현악기란 바이올린의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소리 또는 첼로의 중후한 소리 정도로 인식되었는데 비올라의 소리는 반전 매력이 있었다. 포근하고 따뜻하면서도 어느 때에는 개성 넘치는 고음이 짠 하고 나타났다. 마치 사람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편안함, 그러면서도 초콜릿과 커피의 맛처럼 달콤 쌉쌀함이 함께 공존하는 소리 말이다.

어떤 것에 흥미가 생기면 무서운 속도로 몰두하는 나는 일단 그의 모든 음반을 다운로드하고, 비올라라는 악기의 유명한 레퍼토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용재 오닐의 저서를 모두 구매하고 그가 나온 방송, 영상, 모든 국내외 인터뷰를 샅샅이 검색했다.

한 삼 개월 정도 낮이고 밤이고 뒤졌다. 나중에는 미국 라디오 방송에 나온 인터뷰까지 챙겨 보았다. 위인전이라도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매일 그의 연주를 출퇴근 길에 듣다 보니 나중에는 다른 연주자와 그의 연주의 차이점을 저절로 캐치할 정도가 되었다.


비올라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인 현악 4중주에 관한 흥미와 관심으로 전이되었다. 지난겨울 방학 때에는 그가 집필한 베토벤 현악 사중주 이야기 '당신과 나의 베토벤'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도서관에 아침 9시에 출근하며 밤 8시까지 베토벤이 작곡한 현악 4중주곡에 대해 하나하나 악보를 보며 음반을 들었다.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단, 그가 예전에 함께 하였던 에네스 콰르텟 그리고 지금 현재 연주하고 있는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의 음반도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3년 전, 알토 리코더를 만나지 못했다면 바로크 음악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고 바흐, 헨델, 텔레만에 대해서도 음악책 앞에 나오는 옛날 사람 정도로만 알았겠지?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앨범에서 바흐와 텔레만의 곡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리코더로부터 시작된 나의 바로크 음악에 대한 사랑은 용재 오닐을 만나면서 베토벤 시대의 고전시대 클래식 음악까지 확장되었다. 슈베르트는 물론 브람스도 빠지면 섭섭하다. 물론 워낙 쇼팽과 리스트의 낭만시대의 음악도 좋아라 했었다. 제일 처음 좋아했던 최애 작곡가는 라흐마니노프였지만 말이다. 이렇듯 클래식 음악에 대해 관심이 깊어지다 보니 도서관에 가면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코너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클래식 음악 도서만도 몇 백 권은 족히 읽은 것 같다.


언제나 드럼 비트 가득한 가요만 좋아하던 내가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듣게 될 줄이야! 올해 음악 전담을 가르치며 현악기와 관악기 파트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풍부해져서 참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일은 정말 기쁘고 보람차다.


오늘도 나는 용재오닐의 바로크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경쾌한 리듬감은 아침 산책을 할 때에도 참 좋고 설거지를 할 때에나 요리를 할 때에도 기분을 좋게 만든다. 아름다운 음악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이 좋은 음악가 덕분에 멋진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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