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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Aug 01. 2023

플루트로 연주하는 포레의 시실리안느

갑자기 성사된 교장실 리사이틀

학기말 작은 음악회를 위해 플루트를 가져온 우리의 음악 천재 6학년 어린이 은호! 음악실에서의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거 이거, 혼자만 듣기 아까운 실력이다. 교무실에서 작은 음악회를 해야겠구나! 날이면 날마다 있는 기회가 아니니 일단 상황을 봐야 했다. 그래서  은호에게 스리슬쩍 물어보기로 한다.

"은호야, 선생님이 지금 교무실 갈 일이 있는데, 너 혹시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 앞에서 이 곡 연주해 줄 수 있니?  혼자 듣기는 너무 아까워서 그래! 피아노는 들고 갈 수가 없는데 플루트는 가볍잖아! 혹시 많이 부담되면 못 한다고 말해도 되니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저, 안 떨려요. 한번 연주해 볼까요?"


아이는 웃으며 흔쾌히 연주를 승낙했다. 역시 전국 학생음악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자다운 패기였다.

그럼, 그렇지! 누구 제자인데! 관객 앞에서 수줍음은 노노! 원래 이 친구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아이인데 플루트는 취미로 일 년째 배우고 있다. 피아노도 플루트도 수준급인데 이렇게 음악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일에도 두려움이 없는 찐 음악인이다.

때마침 교무실에서 수령해야 할 서류가 있어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전교임원들과 간담회가 곧 끝난다고  5분 후 내려오라는 말씀을 하셨다.

"여보세요, 교장님, 저 지금 서류받으러 교장실 가려고 하는데, 혹시 많이 바쁘신가요? 안 바쁘시면 제가 서프라이즈 공연 선물을 드리려고요. 우하하!"

아! 갑자기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전교 임원들과 교무실 선생님들 앞에서 작은 음악회를 하면 되겠네!.

이리하여 급하게 성사된 교장실 리사이틀,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모두 마법 같은 멜로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교장, 교감 선생님도,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들도, 전교회장, 부회장 어린이들도 모두 이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경험했다. 음악이 끝나자 그 누구도 먼저랄 것 없이 손뼉을 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행복해하는 우리의 연주자!

포레의 시실리안느

마지막 음악 수업 시간이었던 그날, 교장실에서 나오며 내게 오선지에 본인이 정성껏 그린 리코더로 마음이 담긴 편지를 전해 주는 나의 제자. 이 예쁜 모습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은호야! 선생님도 너희 덕분에 너무 행복한 한 학기를 보냈단다.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너를 보며 선생님도 무척 기쁘고 즐거웠어! 너처럼 반짝이는 아이를 만나 행복한 수업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오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적어준 편지를 보고 선생님은 무척 감동했어. 너처럼 훌륭한 학생을 만난 나는 참 운이 좋은 선생님 같아. 선생님에게 들려준 멋진 곡들 잊지 않을게! 너의 멋진 앞날을 기대할게! 진심으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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