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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더곰쌤 Aug 28. 2023

너 리코더로 칼춤 추는 사람 같아

삶의 애환, 분노,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

나에게는 아침마다 전화를 하는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우리는 예전에 같은 학교 옆 반에서 근무했었다. 우리 둘 다 소심한 성격에 음악을 좋아했다.


나중에는 업무 인계인수 문제로 출근 시간 전화를 하다가 지금까지 일상을 공유하는 전화십 년 째하고 있다.

침마다 학교 음악실에 일찍 와서 수업 전에 리코더 연습을 하는 나! 가끔 이 아이에게 요즘 연주하는 곡을 수화기 너머로 들려주곤 한다.


블루투스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리코더 소리는 숨소리 하나까지 정확히 전달된다. 자가용을 가지고 운전하며 출근하는 내 친구는 나의 리코더 연습을 주의 깊게 감상해 주는 단 한 명의 소중한 관객이자 날카로운 비평가이다.

내가 악기를 연습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삶에서 느껴지는 많은 힘듦을 그때그때 표현하기가 어렵기에 음악이라는 형식을 통해 감정을 발산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 분노, 슬픔, 애환과 같은 감정의 표현과 해소에 리코더의 도움을 받는다.

오늘도 아침에 출근하여 리코더를 불었다. 친구가 말한다. "너의 연주를 들으니까 생각난 장면이 있어. 음, 마치 칼 들고 칼춤 추는 사람 같아. " 


사실이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리코더를 불었는데 친구는 그걸 알아차린 것이다. 요즘 나는 내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일들대해 분노하고 있다. 음악은 그걸 안전하게 표현하는 통로이자 수단이다.


힘을 빼고 이완하자. 에너지를 비축하자.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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