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헨델 비발디의 공통점, 리코더 소나타

바로크 3 대장의 리코더 사랑.

by 리코더곰쌤

많은 이들이 헨델과 바흐가 리코더 작품을 남겼다고 하면 의아해 한다. 리코더 소나타가 있단 말이야? 그렇다. 그것도 아주 많다. 비발디도 빠지면 서운하다. 이들을 가리켜 바로크 3 대장이라고 부른다. 바로크가 시대가 언제냐고? 우리가 아는 클래식 작곡가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이전, 즉 바흐와 헨델, 비발디가 주인공이던 그 옛날을 말한다. 역사상으로 리코더의 전성시대는 뭐니 뭐니 해도 이 바로크 시대다. 이 당시 리코더는 작곡가들에게 자연에 대한 찬미, 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나타내는 아주 적합한 악기였다.


바흐와 헨델이 살던 시대에는 피아노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던 시대라 하프시코더, 쳄발로가 피아노의 반주 역할을 대신했다. 그래서 리코더 곡들은 피아노 반주보다는 하프시코더의 음색과 더 잘 어울린다. 지속 저음을 연주하는 유리 같이 쨍한 반주 위에 한 마리 종달새 같이 내달리는 밝고 맑은 리코더 소리!


바로크 곡들은 자연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직접 묘사가 많다. 음악을 듣다 보면 저것은 뻐꾸기 소리인가. 새소리 인가 하는 부분들도 있다. 새나 꽃과 같은 자연물을 묘사하는 곡들이 주는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소리의 즐거움!


리코더 소리는 맑고 깨끗하고 순수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리코더의 음색은 멜랑코리 하기도, 애잔하기도 하며 애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리드믹한 곡들은 흥겹기도 하고! 주술적인 느낌이랄까 뭔지 모르는 몽환적 특성도 있다. 오죽하면 독일 옛날 동화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올까? 피리 부는 아저씨 뒤로 너도 나도 줄지어 따라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리코더 소리가 가진 주술적 특성을 이해하기 더 쉬울듯하다.


지난 리코더 연주자 이효원 선생님의 공연을 다녀왔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 날 연주자 이효원 선생님과 MBC 아나운서 김정현님은 리코더의 역사, 종류, 유명한 리코더 작곡가들에 대해 소상히 알려주셨다. 마치 대학교 교양 음악 시간처럼 바로크 음악 특강을 해 주신 것이다.



숙련된 전문 연주가의 음악을 듣고 나니, 내가 가진 리코더에 대한 상식이 얼마나 무지하고 편견 가득한 것이었는지 느끼게 되었다.

리코더는 이탈리아 말로는 flauto dolce(감미로운 소리가 나는 플루트)라고 부르고 독일어로는 blockflote(블록이 있는 플루트)라고 한다. 즉 유럽에서 플루트는 리코더를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플루트의 어머니가 바로 리코더인 거다. 놀랍지 않은가?


리코더는 오보에나 클라리넷을 배우기 위해 잠깐 경험하는수준 낮은 악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훌륭한 완성형 악기이다. 초등학교 때 잠깐 배우다가 마는 교육용 악기로만 한정 짓기엔 너무 아깝다. 리코더에게는 그 이상의 가능성과 역할이 있다.


요즘은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든 플라스틱 리코더가 많지만 원래 리코더는 나무로 만든 목관 악기이다. 플루트도 지금이야 번쩍 거리는 금속 재질의 개량된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오직 나무로만 만들었기에 클라리넷, 오보에처럼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나무가 주는 따뜻함과 포근함은 사람의 숨결과 닿았을 때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한다.


리코더의 음색은 탄산음료에 지쳤을 때 마시는 시원한 옥수수차나 깔끔한 보리차의 맛과도 비슷하다. 때 묻지 않은 청화 백자의 은은함, 단순함, 심플함과도 맞닿아 있다.


리코더 작품들은 우리가 모르는 삼백 년 사백 년 전 유럽의 예전 시대 귀족 또는 왕가의 거실을 상상하게 만든다. 왕과 귀족의 시대가 몰락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 음악회의 규모가 커지고 대규모 악기편성이 일어난 1750년 전 음악을 주름잡던 영웅 리코더!


내 상식 너머에 숨겨져 있는 중요한 무엇을 깨닫게 되니 이 작은 악기는 반전 매력의 존재가 되어 내게 다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의 '진짜' 리코더 공부가 시작 되었다. 다양한 면모를 가진 리코더는 까도까도 나오는 양파와도 같아서 계속해서 탐구하고 싶은 공부 주제가 되어 내 삶을 더욱 기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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