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라는 신세계

야마하는 레츠비, 아울로스는 TOP, 목관은 드립커피!

by 리코더곰쌤

교원학습공동체 모임으로 '리코더부'에 들었더니 야마하 알토 리코더가 교실로 배송되었다. 앗싸! 득템이다! 엔젤 리코더가 아닌 무려 야마하! 코시국이라 모이지는 않고 각자 교실에서 교재를 보며 운지법을 익혔다. 바로크식 주법이 낯설었지만 일주일 지나니 적응이 된다. 알토 리코더 운지법은 클라리넷과 비슷하다. 소프라노 '솔' 운지가 알토의 '도'이다.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난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때 처음 아르바이트비를 받아 장만한 플룻! 하지만 개인 레슨을 조금 받다가 생각보다 어려워 몇 개월 만에 그만두었다. 발령받고는 우쿨렐레, 클라리넷에 도전했었는데 두 악기 모두 교실 캐비닛에 고이 모셔 두고 있다.

그에 비해 알토 리코더는 확실히 이 모든 악기 중 제일 매력적이다. 학습의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고, 소프라노 리코더를 배워서 그런지 금방 실력이 향상된다. 교육학에서 배웠던 근접발달지역, i+1 정도의 할 만한 도전 과제라 오히려 성취 욕구를 자극한다. 단소나 소금, 플룻과 클라리넷은 호흡의 10프로만 들어가니 오래 연습하면 골이 띵한데 리코더는 취구를 100퍼센트 활용하니 머리도 안 아프다. 인터넷 리코더 카페에 가입하고, 리코더 관련 유튜브를 정주행 했다. 야마하 리코더보다 더 좋다는 아울로스 리코더도 모델별로 구입했다.


아! 비싼 건 그 값을 하나보다. 커피에 비유하자면 야마하가 레츠비라면 아울로스는 TOP, 최근 산 목관 악기는 드립커피라고나 할까?

지난 여름부터는 혼자 독학만으로는 실력 향상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줌을 통해 화상 레슨을 받고 있다. 레슨 선생님은 한예종에서 리코더를 전공하시고 네덜란드에서 유학을 하고 계신 전문 연주자이시다.


어린이가 아닌 다 큰 어른도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반대로 열심히 해도 연주가 잘 안 되면 마음이 속상하다. 그때마다 선생님께서는 '방향성은 참 좋아요. 좋은 시도인데요? 거의 다 왔어요!'라고 격려하는 코멘트를 해 주시는데 그 말을 들으면 다시 의욕이 솟구친다. 내가 얼마나 좋은 레슨선생님을 만났는지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나도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힘이 되는 상호작용을 해줘야 할 텐데!


얼마 전에는 공연 때문에 잠깐 한국에 들어오신 선생님과 처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예정에 없던 레슨까지 2시간씩이나 해 주셔서 완전 감사했다. 또한 리코더 전문 악기점에서 목관 악기도 함께 골라주셨다. 나는 목관 리코더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혼자 악기점에 가는 게 사실 두려웠다. 마치 컴맹이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혼자 컴퓨터 부품을 고르는 심정이었는데 전문가와 함께 악기점에 가니 뭔지 모르게 든든했다. 선생님과 함께 내 생에 처음 목관 악기를 사는 감동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목관리코더를 구매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그 소리가 날로 달로 달라져서 기분이 참 좋다. 역시 음악은 장비빨이라더니~ 돈이 좋긴 좋구나!

요즘은 마치 리코더를 불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 같다. 하루라도 리코더 연습을 안 하면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새벽에 눈 뜨면 빨리 교실에 가서 연습을 하고 싶어서 벌떡 일어난다. 알토리코더는 음역대가 낮아서 중후한 소리가 나는데 마치 스스로 하는 음악치료처럼 느껴진다. 리코더를 분지 5분 정도가 지나면 엔도르핀이 나오는지 기분이 상쾌하고 편안해져서 마치 엠씨스퀘어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교실의 사이즈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리코더의 울림과 공명감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운지를 익히는 과정은 어떤 잡념도 사라지게 한다. 행복이란 한곳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느껴지는 감정이라던데, 가끔 나는 리코더를 불 때 그런 순간을 맛보는 것 같다. 나 자신의 성장을 확인하는 그 느낌이 좋다. 마치 바로크시대 어느 귀족의 대저택 거실에서 울려 퍼지는 멜로디를 상상하며 오늘도 나는 리코더를 불기 위해 교실로 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눈에서 레이저 발사 금지! 저스트 릴랙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