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레이저 발사 금지! 저스트 릴랙스.

리코더 레슨 선생님의 조언

by 리코더곰쌤

"선생님 지금 너무 긴장하셨어요. 마치 강남역 8차선 도로 한 복판 또는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공연하는 사람 같아요."


코로나 기간 동안 야심 차게 시작한 리코더 원격 레슨! 네덜란드에서 살고 계시는 전공자 선생님께 Zoom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으며 제일 먼저 들었던 지적이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며 해 주셨던 말씀인데 내가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다고 하셨다.ㅠㅠ 아이고. 내가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악보를 째려봤던가?


사실 나이가 드니 집중력도 흐려지는 데다 머릿속 계획대로 연주가 잘 안되면 속도 상하기도 해서 눈에 더 힘을 빡 주고 '정신일도 하사불성'의 각오를 다진 것도 있었다.

노트북을 뚫고 나오는 나의 비장함에 어떻게 리액션을 해 주셔야 할지 당황하시다가 해 주신 말씀이 바로 '강남역 한복판과 예술의 전당'이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이다.

난 어린 시절부터 늘 남들보다 노력을 몇 배 더 해야만 하는 slow learner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참 쉬운 일들이 나는 늘 어려웠다. 그래서 '머리'보다 '노력'의 힘을 더 믿게 되었고 '근면과 성실'을 생활신조로 삼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리코더를 부는 일도 '악으로 깡으로 해내야 하는 미션 수행'처럼 된 것이다.

주중에 레슨곡을 혼자 연습하다가 스승님을 뵈면 더욱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온몸에 힘을 빡 주고 긴장하게 된다.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손가락은 피가 안 통하는 그런 느낌도 든다. 과도한 부담과 긴장으로 나 자신이 나를 옥죄는 형국인 거다.


"선생님, 우리 지금 즐거우려고 악기 하는 거예요. 그 목표를 잊으면 안 돼요. 지금 하나도 즐거워 보이지가 않으세요." 망치로 세게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즐거움은 어디로 가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만 사로 잡혀 있었는지! 정작 중요한 본질은 못 보고 허상에 사로 잡혀 있었던걸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릴랙스! 릴렉스! 힘 빼고 이완! 내 삶에 무척 소중한 가르침이었다.

"으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무도 없는 숲 속에 기다란 나무 지팡이 하나를 가지고 산책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참 가다 나무 그늘이 나와 살짝 앉아서 아까 지팡이로 썼던 그 막대기를 리코더 삼아 연주해 본다고 상상해 보세요" 정말 찰떡같은 비유 아닌가? 힘 빼고 이완하는 건 참 어렵고 또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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