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식태극권 2개월차, 태극권 도장 사람들

우리 도장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by 리코더곰쌤

태극권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요즘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도장으로 간다. 운동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던 내가 이제는 태극권 도장을 루틴 하게 다니고 있다. 일주일에 3번씩 운동을 하니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아침에도 거뜬히 일어나고 고질적인 비염도 사라졌다.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피부도 좋아져서 사람들이 요즘 무슨 운동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아주 뿌듯하다.


매주 3번씩이나 도장에 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태극권이라는 운동 자체가 마이너 해서 그런지 우리 도장에서 함께 운동하는 인원은 늘 고만 고만하게 4-5명 정도다.


수련도 각자의 진도가 모두 달라서 '기본공'이라고 부르는 준비운동과 '전사'라고 부르는 기초 동작만 다 같이 하고 '초식'이라고 부르는 연결 동작들은 흩어져서 각자 따로 배운다. 그래서 사실 아직 인사 정도밖에 나누지 못한 사이긴 하다. 그래도 그동안 느낀 우리 도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1. 반장을 맡고 계신 의사 선생님


우리 중에 제일 맏형을 담당하고 계시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셔서 그런지 늘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오신다. 일 끝나고 오시느라 언제나 시작 시간을 10분 정도 넘겨서 오시는데 우리 모두 이때를 기다리며 의자에 앉았다가 '끙~차!!'하고 일어난다. 원래 선생님께서는 요가를 오랫동안 배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신 지 동작이 참 부드러우시다. 준비운동을 할 때마다 사부님 대신 구령을 붙여 주시는데 구령을 붙이시는 목소리도 참 사근사근 안정된 보이스톤을 가지고 계시다. 늘 편안한 표정으로 수련에 집중하시는 우리의 반장님!


하지만 늘 이렇게 부드러우시기만 한 건 아니다. 열심히 하지 않고 슬렁슬렁 동작을 하는 내 친구에게는 자꾸 눈빛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레이저를 쏘신다. 동작 하나 하나 하시면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동작의 주요 포인트와 같은 꿀팁과 유의점을 자세히 알려주시는 자상함에 참 감사한 마음이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기다란 '봉'도 수련하신다. 봉을 가지고 여기저기 휘두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 진짜 멋지다.


# 2. 미소를 담당하고 계시는 스님


뵐 때마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편안하게 맞이해 주시는 우리 스님! 부처님 오신 날에는 우리 도장 사람들 모두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간식으로 가득 찬 선물 꾸러미를 준비해 주시는 따뜻한 분이시다.


내가 처음 도장에 발을 들인 4월 중순, 이곳에 다녀야겠다고 결정적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스님의 영향이었다. 등록을 할까 말까 그냥 한 번 체험만 해보자 생각하고 체육관에 방문했는데 (난 불교 신자가 아닌지라 태어나서 여자 스님은 처음 봤다) 스님이 태극권을 하시는 모습은 정말 우아하고 예뻤다!


온몸에 힘을 빼고 마치 물 흐르듯 연결되는 동작이 마치 춤과 같이 보였다. '나 이거 해야겠네!'. 인디스쿨에서 태극권 추천 도장 글을 보고 찾아갔지만 내가 실제로 우리 도장에 등록하게 된 것은 첫날 뵌 우리 스님의 멋진 태극권 동작 때문이었다.


#3. 내가 태극권 등록하고 2주 후 등록한 내 친구


내가 태극권에 등록했다고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더니 아무도 관심을 안 보였는데 유일하게 한 친구가 '그거 이연걸이 하는 무술 맞아요?'라며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언니, 그거 어때요? 나도 해 볼까요?" 혼자 다녀서 심심했는데 아주 다행이었다.


그때부터 우리 둘은 우리 도장에 공식 비글을 담당하고 있다. 친구와 나는 퇴근 후 체육관에서 만나는 게 너무 좋다. 사실 태극권이 좋은 것보다 내 친구랑 일주일에 3번씩 수다를 떠는 즐거움이 정말 크다


요즘 친구는 태극권 말고도 사부님께 주먹질(권투)도 배운다. 나는 권투에 흥미가 하나도 없는데 이 아이는 다른가 보다. 권투를 할 때 타격감이 스트레스를 풀리게 한다고 한다. 이 아이는 나중에 태극권 실력이 높아지면 검을 배우고 싶단다.


#4. 우리 도장의 에이스, 사부님의 수제자 작가님.


아, 무협소설을 쓰시는 작가님도 빼놓을 수 없다. 얼굴을 엄청 귀여우신 분인데 반전매력으로 무공은 정말 대단하시다. 이 분은 원래 합기도를 기본적으로 하시던 분이라 그런지 태극권에 입문하신 지 일 년 정도 배우셨다고 하는데 실력이 넘사벽이다. 우리 사부님의 수제자다운 모습이시다.


나처럼 도장에서만 운동하는 분이 아니고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수련을 거듭하시나 보다. 도장에 와서는 사부님께 배운 것을 검사만 받으신다. 언제나 동작이 완성형이다.ㅠㅠ


가방에는 언제나 목검으로 추정되는 나무막대기를 들고 다니시는데 한 가지 일에 매진하는 사람 특유의 진중함이 온몸으로 풍겨 나온다. 관장님께 가르침을 구하고 원하는 대답을 얻으면 얼굴 가득 깨달음의 미소가 번지시는데 그걸 바라보는 나는 '아, 저것이 바로 앎의 기쁨이로군' 생각하게 된다. 멋진 학생의 자세다.


#5. 봉을 엄청 잘 돌리는 청년


내가 등록하고 이분을 본 적은 손에 꼽는다. 아주 가끔만 시간 있을 때만 나와서 운동을 하시는 것 같다. 오래 수련을 하신 분이라 사부님께 엄청 하드 하게 트레이닝받으신다. 그래도 쉬는 시간에는 핸드폰 게임을 하는 MZ세대 젊은이다. 어제는 이 분이 창을 돌리는 걸 봤는데 스텝이 아주 현란했다. 나도 빨리 봉 배워서 창 돌려야지.


태극권을 배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외향적이기보다는 내향형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3달을 다녔어도 "안녕하세요? 날씨가 덥네요." 말고는 딱히 대화를 나눈 것이 없다. 각자의 수련도 모두 개별화 교육이고, 사부님도 각자의 진도에 맞춰 맞춤식으로 수련을 진행하시기에 시작과 끝 시간도 서로 다르다.


그래도 이제는 낯설지 않고 도장이 편안하다. 물론 나는 친구와 함께 다니니 더욱 그렇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취미를 찾아서 참 행복하다. 오래 배워서 나도 무술 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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