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식태극권 1개월차. 몸에 힘이나 좀 빼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주는 부작용

by 리코더곰쌤

우리 태극권 도장에는 커다란 전면 거울이 있다. 아직 초심자인 나에게 태극권 동작은 낯설고 어색하여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하기가 참 민망하다. 어서 빨리 완성된 동작을 하고 싶은데 머리는 백지장처럼 하얗고, 지난번에 배운 동작은 가물가물하다. 사부님이 가르쳐 주시는 동작을 외우지 못하여 고장 난 로봇같이 공중에 팔을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마주할 때면 어쩌자고 이걸 왜 시작해서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나 싶다. 내가 나에게 화가 난다.


그러다가 순간, 내가 나를 학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인데, 숙련자처럼 잘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못한다고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게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다. 누구나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가 다르고 능력치가 상이한데, 신체 운동 지능이 다른 능력에 비하여 높지 않을 걸, 왜 못한다고만 스스로 화를 내고 있는지, 이제는 그만 나를 못살게 굴자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내 마음에게 말했다. 너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어서 속상했지? 그랬을 거야. 왜 나는 안될까, 수도 없이 영상을 보며 따라 해 봐도 왜 동작이 안 외워질까 괴로웠지? 마음이 무겁고 심란한데, 또 이걸 시작한 것이 있으니 물러설 수는 없고 왜 내가 못하나 화도 났을 거야. 그럴 수 있어.


학생들에게는 칭찬을 잘하는 사람인데, 막상 나 자신을 칭찬하는 건 참 어렵다.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는 다 잘 될 것이라고, 너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말해주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B사감처럼 빡빡하게 군다. 노오력이 부족하지 않냐고,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더욱 가열하게 달리라고 주문한다.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 것도 습관. 나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도 습관. 안달복달하면서 불안해하는 것도 습관이다.


잘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서 속상한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어디 이것뿐인가? 단숨에 집을 지을 수 없듯, 절대적인 연습의 시간이 쌓여야 어느 순간 폭발하듯 물이 끓게 될 것을 기억하며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스스로가 세운 기준을 달성하지 못해 화가 난 나를 인정하니, 그제야 내가 좀 불쌍해 보이기 시작한다. 이건 뭐 스스로 화내고 스스로 위로하기다. 어쩌겠는가? 손을 들어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준다. 속상해해도 괜찮다고, 화가 나도 괜찮다고, 멋진 모습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그냥 내가 나라서 괜찮다고.


태극권 사부님께서는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 있는 나의 모습에 늘 "방송하세요~"라고 말씀하신다. 방송은 태극권 용어로 힘을 빼고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표정을 펴세요. 찡그리지 말고 편안한 모습으로 동작을 해 보세요. 충분히 괜찮아요. 잘하고 있어요. 긴장하지 말고 힘을 빼세요. 태극권은 동작을 외우는 게 아니라 얼마나 내가 힘을 빼는지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해요"


평생 안 하던, 못 한다고 시도하지도 않던 운동을 꾸준히 빠지지 않고 다니기만 하는 것도 잘 한 것이라고, 꼭 동작을 정확하게 외우지 못해도 괜찮다고, 미숙한 내 동작을 바라보는게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었다.

태극권 동작 좀 못 외우면 어떠리. 평생을 힘을 너무 주고만 살아와서 힘 빼는 게 어려우니 그걸 먼저 연습을 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한다. 그리고 제삼자가 나를 보듯 나 자신을 관찰해 보기! 내가 너무 나를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는지, 그걸 경계해야겠다. 스스로 잘 대해주기! 이게 나의 숙제다. 아직 아이같은 내 안의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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