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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즐거움 Jul 09. 2023

저는 명상이 처음인데요

국제무술학교 정진욱 교련님 명상 세미나 참여 후기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때 나는 제일 먼저 도서관에 간다. 태극권에 관하여 관심이 생겼을 무렵 나는 국회도서관에 가서 관련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최근 논문, 도서, 신문 인터뷰 등을 상세히 살펴보다 '이거다' 하는 책을 만났다. 바로 가톨릭대 채정호 교수님의 '바른 마음을 위한 움직임' 일명 '바마움'이란 책이었다. 내가 궁금했던 태극권뿐만이 아니라, 요가, 고대진자운동과 같은 고전적인 운동부터 알렉산더테크닉, 펠든크라이스와 같은 비교적 최근에 알려진 소마적인 운동까지 다양한 전문가의 공저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각각 내용은 다르지만 '몸'을 통한 '마음'의 회복을 도와주는 접근법을 알게 되어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회복탄력성', '내적 소통'의 저자 연세대 김주환 교수님이 집필하셨다. 이 분은 글로써의 공부뿐 아니라 실제로 태극권을 오랫동안 수행하신 분이어서 나 또한 태극권을 해봐야겠다 결심하는데 이 분의 영향이 컸다. 김주환 교수님께서는 결국 소마적인 운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명상'이 가능한 것이라고 하셨다. 아니! 결국은 명상이잖아?  기. 승. 전. 명상인 건가?

내가 다니고 있는 국제 무술학교에서  명상 세미나가 열린다는 안내가 있었다. 오랫동안 호흡과 명상 지도자로 일해 오신 정진욱 사범님은 중국의 명의 '화타'가 만들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화타오금희'의 전인이시기도 하다.


나와는 태극권을 통해 알게 된 분인데 이분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재작년 우리 반의 힘든 어린이 때문에 너무 고생하던 난 친구를 통해 서울의 한 중학교 선생님을 소개받고 생활지도 컨설팅을 받았었다. 선생님과는 대학원 논문작성을 위해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는데 이 분이 오랫동안 명상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 소진되지 않으시고 계속 아이들을 사랑하실 수 있는 비결이 있으실까요?" 선생님은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호흡과 명상이에요. 문제가 많은 아이들에게 기를 빨리지 않고, 나의 사랑을 전해주려면 나도 쉼이 필요해요. 저는 호흡과 명상으로 지친 마음과 몸을 충전합니다. " 그때의 선생님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멘토이신 선생님. 그런 선생님의 명상 선생님이 정진욱 사범님이시라니!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정진욱 사범님의 명상 수업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커졌다.



오늘 명상 세미나는 명상에 대한 이론적 측면과 실제로 명상을 해보는 체험 파트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강의 초반에는 명상의 다양한 방법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가 있었다. 다음에는 몸을 풀어 주는 준비 체조 같은 8 동작을 진행한 후 마지막으로 바닥에 누워 내가 호흡을 잘하고 있는지에 의식을 집중하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평소 온몸의 긴장도가 높고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내가 순식간에 잠으로 빠져들었다. 40분 정도 잔 것 같았는데 나중에 여쭤보니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단다.

계속되는 불면증으로 최근 한 달 사이 평균 3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해서 늘 몽롱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잠깐이지만 깊은 이완을 경험하고 나니 컨디션도 좋아지고 기분도 상쾌했다.


 나만 이런 것이 아니었다. 오늘 세미나에 참여한 분들 모두 바닥에 머리를 대자 마자 깊은 이완 상태를 경험하며 잠에 들었다. 신기했다. 마음이 편안하고 내 마음이 안정되니 외부 조건에 따라 부유하는 감정들도 정리되는 것 같았다. 최근 며칠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피곤했는데 한결 가뿐한 몸과 마음이 되었다.



평상시 같으면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고, 필기라도 하면서 강의를 들었을 텐데 사실 어제 세미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느라 수업의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다만 강의 시간 두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점, 내가 '이완'을 경험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명상이라고 하면 인내심 약한 내가 전혀 도전하지 못할 분야인 것 같았는데, 막상 이런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보니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오늘 내 기억에 남는 다양한 문구들을 기록으로 남겨 계속 생각해 보고 싶다. 우리의 감정은 까도 까도 새로 나오는 양파와도 같아서 명상 수련을 계속하면 그것이 하나하나 벗겨지며 '참다운 나'에 도달하게 된다. 멋진 말이다.


살면서 받은 교육과 사회 제도가 만든 테두리 안에 우리는 나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계속 절제하고, 부정하고, 억압하며 살아간다. 명상을 통해 '내 마음에 떠오르는 잡념들'을 '조용히 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이러한 마음이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제삼자처럼 바라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 깨닫게 되었다.


솔직한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면, 나는 내가 나에게 하는 수많은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것을 아는 것도 두려웠다. 그래서 더 명상이라는 행위자체를 터부시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관념의 잣대, 규칙과 규율, 질서를 강조하는 직업군으로 하도 오래 살아서 그런지 나 자신도 이러이러해야 한다라고 네모난 상자 안에 가두어 놓고, 왜 네모난 모양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다그쳐 되었다. 슬그머니 올라오는 마음의 소리는 '시끄럽다'라고 듣지 않고 앞으로 강행군하던 적이 많던 사람이었다. 이완은 나에게 사치였고 긴장은 나의 친구였다.


언제나 몸이 굳어 있어서 마사지 마니아가 되었다. 예전에 방학기간 동안 태국으로 마사지를 배우러 갔었다는 이야기를 정진욱 사범님께 했더니 "마사지받으면 잠에 들 수 있어서 좋아하죠?"라고 물으셨다. 맞는 말이었다. 삶 속에서 이완을 경험하지 못하다 보니 강제적으로 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흔히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들 한다. 초등학교에서도 1학년 아이들은 학기 초 3월에 그렇게 보건실을 잘 간다.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프단다. 꾀병이 아니다. 긴장하면 몸에서 반응이 온다. 그래서 이런 질환들을 '신체화 증상' 이라고 한다.


나의 멘토이신 중학교 선생님께서는 올해 초 명예 퇴직을 하셨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예전 학교 아이들에게 동아리 활동으로 '명상반'을 지도하고 계시다고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적응을 못하거나 가정 형편상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시는지 여쭤보자 선생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난 그냥 아이들 편하게 재워요. 한숨 자고 나면 공격적인 아이들도 순둥순둥해지고, 주의력 결핍 집중 못하는 아이들도 쌩쌩해져요." 아! 이것이구나. 깊은 이완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이것이 명상이구나.


강의 마지막에 질문을 받으면서 정진욱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떤 이는 내게 "지루하게 어떻게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해?"라고 묻기도 합니다. 사실 명상은 자기 자신을 계속 살피며 대화하는 거예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아! 마지막에 두 손을 가까이 대 보고 기감을 느끼는 체험도 해 봤다.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는데 살짝 찌릿한 느낌도 있고 기분이 별로라 눈을 번쩍 뜨고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께서 괜찮은 거라고 그럴 수도 있다고 해서 안심이 되긴 했다. 난 예전에 엠씨스퀘어도 안 써본 사람이라 기의 세계, 단전의 세계 역시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는데, 사실 기감 체험에 대해서는 지금도 조금 두려운 면이 없지 않다. 어제 강의 중에 '단전'은 그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인식되는 개념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내가 알고 있던 명상이라는 것이 지극히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핫한 '마음 챙김', '자기 돌봄'의 개념도 명상에서 나온 것이고,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 나와의 소통하기가 명상의 과정이라는 것도 배웠다.


마음은 몸에 영향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이 마음에 주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어 왔다. 마사지를 통해 외부적인 도움으로 긴장을 늦추어 주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잠시 나의 마음을 판단하지 말고 바라봐주고, 깊은 호흡을 통해 긴장된 몸을 안정화시키는 것, 이 자체만으로도 금방 이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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